아바타 3를 관람하며.
영화 '아바타' 시리즈가 개봉할 때마다
우리 가족은 극장으로 향했다.
그것은 단순히 블록버스터를 즐기는 오락의 시간을 넘어,
우리 가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제임스 카메론이 창조한 판도라 행성의
광활한 서사만큼이나,
우리 가족 또한 저마다의 계절을 지나며
단단한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2009년
아바타의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던 날.
첫째 아이가 어려 극장에 함께 올 수 없었기에,
남편과 단둘이서 경이로운 3D의 세계를 마주했다.
그때의 판도라는 그저 '신기한 미래'였고,
우리는 앞으로 펼쳐질 삶의 모험을 막 시작한 탐험가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했을 때,
우리 곁에는 의젓하게 자란 두 아들이 있었다.
둘이었던 관객은 어느새 넷이 되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제이크 설리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위로,
아이들을 키우며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의 시간이 겹쳐 보였다.
"설리 가족은 하나다(Sully's stick together)"라는
영화 속 대사는 내 마음속에 콕콕 박혀 자리잡았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세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넷이 아닌 셋이서 극장을 찾았다.
큰아이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 입대를 했기 때문이다.
빈자리가 못내 아쉬웠지만,
둘째 아들과 앉은 그 자리에서 나는 깨달았다.
가족의 형태는 상황에 따라 변하고
때로는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그 본질적인 서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음을 말이다.
아바타 3는 전작보다 더욱 깊어진 감정의 파고를 보여준다.
거대한 서사 속에서 세력들은 서로 약탈하고, 빼앗고, 상처를 입힌다.
불과 재로 뒤덮인 삭막한 전쟁터는
어쩌면 우리가 현재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세상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이기려 애쓰고,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린 채 속도에 매몰되는 차가운 현실 말이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최첨단 병기가 아닌 '가족애'였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고난 속에서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그 처절한 모험은 마음을 울렸다.
설리 가족이 겪는 갈등과 화해는 판도라라는 이질적인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도 똑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던지고,
자식은 그 사랑을 먹고 자라며 또 다른 숲을 이룬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영화 속 판도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는
상처 주는 일들과 약탈적인 경쟁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다시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를 아끼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요새가 있기 때문이아닐까.
군에 가 있는 큰아이를 그리워하고,
곁에 있는 둘째를 대견해하며,
든든한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는 이 평범한 행위가
사실은 가장 위대한 방어막이다.
영화 속 나비족이 자연과 교감하며
'에이와'의 축복을 느끼듯,
우리는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삶의 축복을 경험한다.
아바타 3를 보고 나오며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세상이 아무리 거칠게 우리를 흔들지라도,
우리 가족만의 서사는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써 내려가겠노라고.
서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어떤 불과 재의 시련 속에서도
다시 푸른 숲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관을 나서는 밤공기가 차갑지만,
곁에 있는 가족의 온기 덕분에
마음만은 판도라의 햇살처럼 따사롭다.
다음 편이 나올 때면,
그땐 다시 넷이 되어 이 서사를 이어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