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담은 마음
"까똑."
스마트폰 화면에 카카오톡 알림이 뜬다.
귀여운 이모티콘이 춤을 추고,
'ㅋㅋ'와 'ㅎㅎ'가 난무하는 대화창.
손가락 몇 번만 두드리면 지구 반대편에도
1초 만에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세상이다.
빠르고,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 매끈한 액정 화면 위로 미끄러지는 텍스트들이 어딘가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문득, 예전의 그 '불편했던' 낭만이 그리워진다.
우리가 손편지를 주고받던 시절,
편지는 단순히 글자를 적는 행위가 아니었다.
문방구에서 상대방과 어울리는 편지지를 고르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좋아하는 펜을 꺼내 들면, 왠지 모를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흰 종이 위를 채우는 건 글씨만이 아니다.
글솜씨가 부족하면 여백에 그림을 그렸다.
졸라맨 같은 엉성한 캐릭터를 그려 넣기도 하고, 색색깔의 펜으로 테두리를 두르거나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지금의 다꾸 못지않은 정성이 그 작은 종이 위에 펼쳐졌다.
그림 실력은 형편없어도 괜찮다.
삐뚤빼뚤한 선과 번진 잉크 자국조차 "너를 생각하며 내가 이만큼 시간을 썼어"라고 말해주는 증거였으니까.
손편지에는 '지우개'가 없다.
한 글자 한 글자, 틀리지 않으려 숨을 참아가며 꾹꾹 눌러쓴다. 그러다 실수라도 하면 수정테이프로 조심스레 덮거나, 아예 새 종이를 꺼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했다.
그 번거로움, 그 기다림, 그 망설임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종이의 두께가 되어 상대에게 전달되었다.
지금의 디지털 텍스트는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날아가지만,
손편지는 쓰는 사람의 체온과 종이의 질감이 그대로 남는다.
화려한 이모티콘이 내 감정을 대신 표현해 줄 수는 있어도, 잉크 냄새 배어있는 내 필체만큼 진솔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빠른 말들 속에 살고 있다.
쉽게 쓰이고, 쉽게 읽히고, 쉽게 잊히는 말들 사이에서, 오늘은 조금 느린 방식을 택해보는 건 어떨까.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펜을 꺼내 본다.
거창한 편지지가 아니어도 좋다.
굴러다니는 메모지나 엽서 한 장이면 충분하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고마운 친구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스마트폰의 차가운 액정 대신,
거칠지만 따뜻한 종이 위에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보자.
"잘 지내니?"
그 투박한 세 글자가 오늘 누군가의 하루를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