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추억할만한 여러분만의 조각이 있나요?
저는 종종 집에서 리모트로 근무를 합니다.
집에 혼자 있으면 회사에서 근무할 때와 달리 너무 적막해 음악을 하나 틀어놓는데요.
따로 조작하기가 귀찮아서 라이브로 재생되는 유튜브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오늘도 근무를 위해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들어갔다가 크리스마스 느낌이 가득한 썸네일들을 마주했습니다.
그렇게 "곧 크리스마스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빨간색과 녹색으로 물든 알고리즘 덕에 곧 제야의 종이 울릴 거라는 걸 느꼈어요.
곧 지나갈 2024년을 갈무리하며 다가오는 2025년을 맞이해야 할 시기인 것이죠.
이 생각이 들면서 1월 1일부터 어제까지의 기억을 톺아보게 되었습니다.
하려고 했었고 정말 이뤄냈던 것, 하려고 했지만 이뤄내지 못했던 것, 할 생각이 없었지만 해냈던 것.
목표, 성취, 실패, 우연 등으로 가득 담긴 지나간 기억의 바다 속에서 간직할만한 것들을 건져봤어요.
'기억'이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단어는 여러가지가 있죠.
그 중 'Reminiscence'라는 단어가 지나간 한 해의 기억을 회상하게 되는 12월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Reminiscence = Re-(다시) + minisci(마음에 품다) + -ence(명사어미)
이 단어는 이렇게 세 가지 부분으로 쪼갤 수 있어요.
합쳐본다면, '다시 마음에 품는 것'으로 이 단어를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꽤나 감성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단어이지만, 이 단어가 태생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해요.
이 단어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불행을 이기는 철학'이라 불리기도 하는 스토아 철학이 이 단어에 녹아있는데요.
이성을 중시하는 이 철학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reminisci'를 제시했습니다.
지나간 일을 회상하고 회고함으로써 인간은 자기를 성찰하며 영혼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철학과 결부짓지 않더라도,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중요했습니다.
가문과 명예를 중시하던 고대 로마인들은 전통을 유지하는 데 기억과 회상을 주로 사용했어요.
본인 혹은 가문의 영광스러운 일을 떠올리며(reminisci), 사회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강화했죠.
시간이 흐르고 시대상이 변함에 따라 'reminisci'의 모습과 의미도 함께 확장되었습니다.
중세 라틴어에서 'Reminiscentia'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다가 근대로 넘어오며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죠.
그 의미는 철학을 넘어 일상과 문학에 보다 더 잘 어울리도록 바뀌었습니다.
고대 로마인이 자신과 가문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것에서 이어져 중세 문학에서는 기사도 문학과 어우러지며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영웅적인 모습을 연결짓는 장치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낭만주의 문학으로 넘어오며 자연과 개인의 경험을 연결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었습니다.
과거를 현재에 떠올린다는 그 의미처럼, 'Reminiscence'라는 단어 역시 과거부터 현재까지 쭉 이어져왔어요.
여러분의 2024년은 어땠나요?
한 해가 넘어갈 무렵, 여러분의 2024년에는 평생토록 간직할만한 추억이 자리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