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우리는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 목소리가 중심인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 사회 구조의 변화, 새로운 사상의 등장 등 '새로운 것', '이전에 없던 것'이 각광받고 있지요.
이러한 전 지구적인 기조와 함께 우리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인공지능을 맞이했고, 과거엔 다소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내일은 오늘과 어떻게 다를까'
다가오는 날을 매일 기대하는 삶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득,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들로부터 우리와 함께 있는 것, 우리가 지나온 길에 서있는 것들로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일종의 안정을 찾기 위함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새롭게 알에서 깨어나는 가치가 안정적으로 우리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지요.
즉, 우리는 혁신을 추구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꾀합니다.
인류 문명의 존속과 안녕을 위해 혁신과 전통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우리의 반사적인 자세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 Conservatism입니다.
“Conservatism”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conservare”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단어는 "함께"라는 의미를 갖는 "con-"과 "보호하다"라는 뜻을 담는 "servare"로 나눌 수 있는데요.
다시 말해, "conservare"는 "함께 지키다"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볼까요?
"servare"는 "지키다"라는 뜻을 갖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단어는 다시 "연결하다", "묶다" 혹은 "지키다"라는 의미를 갖는"ser-"라는 기초적인 어근에서 비롯됩니다.
인도유럽어족에 속했던 "ser-"는 라틴어로 들어오며 "seru-"라는 형태로 발전했는데, 이 때 "보호", "경계"라는 의미로 확장되기도 했다고 해요. 이 점은, 라틴어 "servare"는 단순한 물리적 보호뿐만 아니라, 규칙을 따르거나, 질서를 유지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고도 볼 수 있죠.
"servare"에서 파생되어 현대에도 쓰이고 있는 단어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아래 3가지 예시를 들 수 있겠습니다.
- service(서비스): ‘봉사하다’라는 의미로, 원래는 ‘지켜주다’라는 뜻에서 파생됨
- preserve(보존하다): pre-(‘미리’)와 servare(‘지키다’)가 결합된 형태
- observe(관찰하다): ob-(‘향해’)와 servare(지키다)의 조합으로 ‘주의 깊게 지켜보다’라는 의미
여하튼, 다시 "conservare"로 돌아올게요.
이 단어는 그 이후 그리 눈에 띄는 변화를 겪지 않다가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에서 정치적, 사회적인 의미를 띄게 되었어요.
당시 급진적인 혁명의 흐름에 맞서 영국의 정치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변화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가 "Conservation"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지만, "보존하다", "점진적 개혁"이라는 개념이 중심을 잡고 있었던 그의 정치 사상과 "Conserve"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가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후대에 이르면서 "Conservatism"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Conservation", "보수" 등의 단어는 오래된 개념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개념과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Progression", "진보"와 비교되며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 두 개념은 서로 대칭적이라기보단, 보완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쪽이 변화를 주도한다면, 한 쪽은 받아들인 변화를 우리에게 적응시키는 것이죠.
결국 인류 문명의 안녕과 존속을 위해 두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아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새로운 변화가 가져올 가치 중 우리가 받아들이고 적응시켜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