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이탈리아까지
대만 컨딩 여행을 마쳤다. 불편한 교통, 생각보다 따가운 햇살 등으로 힘든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가 좋았다. 서핑 때문에, 적어도 해수욕이라도 하려고, 아니면 바다라도 보려고 계속 그 근처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유독 대만에 많이 왔는데, 어쩌면 나는 그냥 그 공항에 반해버린 것인지도. 나는 유독 시골 공항에 잘 반한다, 브뤼셀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 공항이었다.
바다를 보고 서핑을 하고 보드를 타기 위해 다녔던 바다들에 대해서 여행 일지를 쓰면 좋을 것 같다 ㅡ 서핑을 할 수 없이 잔잔한 바다도 있고 서퍼들이 많은 바다도 있지만 하나같이 아름다운 바다들이니까 나처럼 전생에 물표범이었던 사람들이라면 다 좋아할 것 같다.
우선 생각나는 곳으로는
포르투갈 리스본/에리세이라,
포르투갈 피게이라 다 포스, (페니체는 가보지 못함)
프랑스 비아리츠,
네덜란드 슈헤브닝겐,
벨기에 오스텐드(대단하지 않나?)
영국 브라이튼,
이탈리아 친퀘테레,
이탈리아 시칠리아 시라쿠사, 트라파니, 팔레르모, 아도라
그리스 산토리니
대만 와이아오, 컨딩/가오슝
정도인 것 같은데, 너무 대륙 편향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곳들이다. 과연 쓰게 될까? 모르겠다. 나는 서핑이 혼자 해서 재밌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서핑, 수영, 스노우보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그렇다. 다 혼자 하는 것들이고 혼자 해서 더 재미있는 것들이다. 요가, 필라테스, 심지어 무용이 꼭 여럿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서퍼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퍼 하우스에서 파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지만 나는 거기 끼지 못한다. 그냥 혼자서 파도를 타고, 내 마음대로 보드를 고르고 수트를 입고 비를 맞으면서 바다를 보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짓이다. 아, 무거운 롱보드 렌탈에 이제 지쳤는데 타지에서 서핑을 하면 쉽게 다른 보드를 빌려주지 않는다.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서핑을 한 사람들의 텃세 같은 것이 있어서, 나는 여전히 서핑은 혼자 하는 게 여러모로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국 저 바다들은 전부 다, 나 혼자 갔던 바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