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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 Mar 31. 2017

내 일상을 부탁해, 챗봇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챗봇 솔루션

2016년 하반기부터 채팅로봇, 이른바 챗봇의 인기가 뜨거웠다. 이제는 (어느새)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 도입했던 '드럼프봇(Drumpbot)'을 비롯해, 24/7 소비자 대응 및 고객관리(CRM)이 중요한 보험사나 은행 등 금융권에서 다양한 챗봇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는 챗봇 솔루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지 잠깐의 인기로 끝날 버즈워드(Buzzword)는 아니었던 듯하다. 아니, 오히려 사용자와 메신저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를 지칭하는 이 솔루션은 앞으로 산업군을 불문하고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4월 페이스북이 F8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CNN, 1-800-Flowers, 피자헛 등 대형 브랜드의 챗봇을 메신저 앱에 도입할 것을 발표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던 챗봇이 이제 단지 "5년간 페이스북의 중심(마크 주커버그)"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대면하는 모든 사업자들이 이해해야 할 솔루션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챗봇이 뭐지? 인공지능인 듯 인공지능 아닌 인공지능 같은 자동화 인터페이스


챗봇은 사람이 아닌 '로봇(Bot)'이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질문에 응답하는 형태를 띤 소프트웨어를 지칭하며, 현재는 주로 텍스트 메신저에 탑재되고 있다. 챗봇과 인공지능이 마치 동일한 것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으나, 챗봇 또는 챗봇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데에 인공지능기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A 질문을 인식하면 A'로 응답하도록, 또 B 질문에 대해서는 B'로 응답하도록 매칭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정도로도 어느 정도의 자동화 서비스(Automated service)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전화에 자동으로 응답하는 ARS를 챗봇의 일종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은행, 카드사, 통신사, 보험사, 항공사 등 신속한 응대가 중요한 업종에서 이런 ARS는 실제 직원이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기 이전 고객의 요청을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직원을 연결해 주는 "거름망" 역할을 해 왔다. 독일에서 이용 중인 '왓츠앱 택시(What'sApp Taxi)'도 사용자의 특정한 질문을 파악하고 미리 정해진 명령을 수행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챗봇 서비스다. 사용자는 앱 내에서 현재 위치를 전송하고 특정한 질문에 응답하여 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독일에서 사용 중인 '왓츠앱 택시'  https://vimeo.com/162047039

그러나 챗봇에 인공지능기술을 도입할 경우, 사용자에게 훨씬 더 다양하고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인공지능을 적용한 챗봇 솔루션을 개발 및 제공하고 있으며, 자연어 처리나 텍스트 마이닝, 상황인지 등의 기반기술이 핵심적으로 사용된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며 맥락에 맞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엔진 '위트닷에이아이'를 제공하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챗봇의 범용화에 박차를 가했다. 


"챗봇하다"의 플랫폼을 지향하는 메신저 서비스들


이처럼 페이스북을 비롯해 구글, 라인 등 모바일 메시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챗봇이 주목하는 이유는 메신저 내 챗봇이 사용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에게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Personalized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도록 메신저를 설계하여, 사용자가 메신저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막기 위함이다. 챗봇과 메신저가 성공적으로 결합할 경우, 사용자는 단지 왓츠앱, 라인, 바이버, 카카오톡, 위챗 등 메신저 서비스 하나만으로도 다른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만약 사용자가 쇼핑앱이나 뱅킹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챗봇에게 물건을 구매하고 잔액을 확인해 달라고 명령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나하나의 앱을 다운받고 삭제하는 데 싫증을 느꼈던 사용자들은 메신저의 충성스러운 고객이 될 것이다.


구매, 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왓츠앱 챗봇의 사례 (c)medium.com


"적당한 신발을 찾아줘", "이 신발을 엄마에게 배송해 줘", "내 소셜에 공유해 줘" 등 다양한 활동이 하나의 메신저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산업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을 예고한다. 특히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에 미칠 영향력이 막대할 것으로, 이제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필요한 것을 직접 찾아내기보다는 메신저로부터 답을 얻어내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우버, 버버리, 타코벨, 도미노, 아이슬랜드에어 등 여러 대형브랜드들이 챗봇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구글링하다" 대신 "챗봇하다"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우버 챗봇은 사용자들이 챗봇으로 간편하게 차량을 호출할 수 있도록 한다
고객대응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맞춤형 제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브랜드들이 챗봇을 운영한다


대화형 상거래(Conversational Commerce), 검색부터 구매까지 대화로 해결


인공지능을 활용한 챗봇의 경우 사용자에 대해 학습하고 그의 취향이나 상황 등을 분석하면서, 그에게 최적화된 제안을 제공할 수 있다. 메지(Mezi), 오퍼레이터(Operator) 등 사용자의 쇼핑을 돕기 위한 챗봇들이 쏟아져나오는 이유다. 오퍼레이터는 자체 모바일 앱에서 고객과 대화를 통해 취향을 파악하고, 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거나 전문가와 연결해 준다. 메지도 "개인화된 쇼핑 어시스턴트(Personal Shopping Assistant)", 즉 일종의 "퍼스널 쇼퍼"를 지향한다. 소비자에게 딱 알맞은 상품을 제시하며 매끄럽게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매 여정(Shopping Journey)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채팅창에 "ㅇㅇ을 찾고 있어"라고 질문을 던지면 챗봇은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원하나요?" 등 보다 상세한 정보를 요청하고, 그에 따라 아이템을 추천하는 등이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호텔을 예약하는 '메지(Mezi)'의 챗봇

검색부터 구매까지 대화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의 쇼핑 경험을 진작할 수 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인터파크, CJ오쇼핑 등 여러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톡집사', '톡주문' 등의 챗봇을 도입했는데 중장년층의 이용률이 높다. SK플래닛도 앞으로 물건의 검색부터 구매상품의 수령까지 전체 과정에 걸쳐 챗봇이 개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화형 커머스를 위한 시도가 계속되는 와중에, 앞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 성향을 얼마나 잘 이해하여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챗봇 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이 될 듯 하다.


"컴퓨터의 민주화 솔루션",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능성 


물론 아직까지 고도화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영화 속의 많은 인공지능들처럼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 및 폭력적 표현을 걸러내지 못하고 학습한 '테이(Tay)' 사례도 현재 기술의 한계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테이'가 문제적 발언을 하면서 회사는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챗봇의 활용 가능성과 중요성에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는 확실히 형성된 상태다. 음성을 사용하기 때문이 사용자가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 호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고 걷다가 시리(Siri)에게 "음악을 틀어줘", "다음 트랙을 재생해 줘"라고 명령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 특히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다. 챗봇 덕분에 모든 사용자들은 마치 비서를 고용하고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는 듯한 경험을 누릴 수 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트야 나델라는 챗봇을 "컴퓨터의 민주화 솔루션"이라고 평가하면서 "모든 비즈니스, 모든 제품, 모든 서비스가 인간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올해 주목해야 할 기술 중 하나로 챗봇이 빠짐없이 꼽히고 있고 지금도 관련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가운데, 챗봇이 사용자의 데이터(재무정보, 건강정보, 소셜네트워킹 등)를 광범위하게 학습하고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은 자명해 보인다. 앞으로 챗봇이 사용자와 얼마나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진행하며 그의 일상에 딱 들어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눈여겨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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