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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 Mar 31. 2017

"It's the Experience 경험이 문제야"

경험과 맥락을 판매하는 리테일 테크놀로지

리테일 매장의 의미, 한정적인 경험을 한매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아웃 테크놀로지" https://www.youtube.com/watch?v=NrmMk1Myrxc/


작년 12월, 아마존이 시애틀에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식료품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런칭한 것을 계기로, “리테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계산대 및 점원 없는 매장을 지향하는 아마존 고가 제공하는 리테일 경험이란, 이제까지와의 매장이 제공하는 것과 차원을 달리 한다. 대개 슈퍼마켓에 식료품을 사러가면 한 손에 쇼핑바구니를 든 채, 또는 양손으로 쇼핑카트를 밀고 선반 사이를 지나다닌 후에 물건을 담고,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선 후 최종 지불까지 마치는 것이 하나의 정해진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이었다. 그러나 아마존 고 매장에서는 쇼핑카트도 필요없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서는 것도 필요없다. 모바일로 아마존 계정을 인식하고 카메라로 사용자가 선택한 제품을 파악하며 결제 역시 아마존 계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매장 안을 걸어다니기만 하면 되는 "저스트 워크아웃 테크놀로지"를 실현함으로써 기존 슈퍼마켓에서의 고객경험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아마존 고의 솔루션이 매장의 종류를 불문한 만능책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함으로써 매장 내 쇼핑 경험을 간편하고 즐거운 것으로 바꾼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온라인 채널에서의 소비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지금 오프라인의 매장이 가질 수 있는 의미와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매장은 특정한 공간 안에 들어온 고객에게 다양한 감각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공하며, 특정한 경험과 기분을 보장하도록 디자인된다. 그 경험은 현장(On-Site)에서만 누릴 수 있다는 면에서 한정적이고 독점적이며,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통해 로열티 있는 고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데이터부터 보안까지, 매장을 변화시키는 기술


이미 여러 스타트업들은 챗봇,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드론과 로보틱스, 핀테크 등 여러 기술을 활용해 매장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사업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배송(Logistics)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오가며 상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옴니채널/크로스채널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그 중요성이 새삼 강화된 부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까지 기술을 도입해 리테일 매장을 지원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 매장 내 점원 간 인터랙션을 돕고 KPI를 관리할 수 있게 하거나('Relesys'), 식료품 체인점들 간 재고 및 프로모션 정보를 교환하고 고객에게 떨이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매장을 알려주는 식('Myfoody')이다.


CBInsight의 리테일 테크 스타트업 지형도 (c)cbinsights.com
venturescanner는 옴니채널 구현 스타트업에 주목해 지형도를 그렸다 (c)venturescanner.com


리테일 전문 미디어 '인사이더트렌드'는 이처럼 다양한 스타트업을 대략적으로 결제, 매장관리, 이커머스, 데이터, 메신저, 모바일, 배송, 패션, 보안 등의 카테고리로 나누기도 한다. 매장에서 고객이 이제까지 누릴 수 없었던 경험을 주거나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로,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의 소리를 이용해 대금을 결제한다든지 옷을 직접 착용하지 않고도 가상 피팅을 해 볼 수 있다든지 하는 식이다.


Nearst : 고객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검색하면 현재 오프라인으로 구매 가능한 매장 정보를 제공

Skiplino :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모바일 앱으로 대기 줄(Que)에 합류할 수 있는 서비스

SeeFashion : 디자인에 대해 선주문(Pre-order) 진행 후 일정 수량 도달 시 제작/유통으로 연계

Branchmanger : 매장 점원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며, 스케줄을 공유하거나 근무시간 교대 가능

Observa : 고객이 매장 내 촬영한 사진을 포함해 매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VR과AR로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


소비자가 물건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과정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AR 및 VR 솔루션들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래틀 테크놀로지'는 리테일 매장에서 고객이 콘텐츠와 인터랙션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2016년 칸느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래틀'은 모션그래픽, 실시간 스트리밍 등 여러 방식을 활용하여 매장 내 고객들이 즉각적으로 브랜드 콘텐츠와 인터랙션할 수 있게 돕는다. 그레이구스(Greygoose)의 할로윈 맞이 소셜 캠페인에서는 '스노우' 카메라와 같은 기술을 활용, 고객이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드라큘러나 좀비 등 몬스터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게끔 하여 바이럴을 불러일으켰다. 갤더마스킨케어(GaldermaSkincare)  매장에서는 고객이 거울을 활용해 피부 타입을 진단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갤더마스킨케어 매장에 설치된 '래틀테크놀로지' 미러


인도 뱅갈로르의 스타트업 '프레키시(Preksh)'는 보다 전격적인 형태의 VR 및 AR 쇼핑 솔루션을 제공한다. '프레키시'는 대형쇼핑몰 타깃(Target)이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이기도 하며, 현재 타깃뿐만 아니라 남성패션브랜드 반하우젠(VanHausen) 등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PC, 모바일, HMD를 활용해 어디서든 마치 실제의 매장에 들어온 것처럼 가상 쇼룸을 돌아다니고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모든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정보를 AR 키오스크나 스크린을 통해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VR/AR 쇼핑에 대한 관심은 얼마 전 심천의 푸드커머스 회사 쿨호보(Coolhobo)가 런칭한 VR 슈퍼마켓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쿨호보는 고급 수입식품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여, 슈퍼마켓에 VR 부스를 설치하고 음성인식도우미와 함께 고객이 상품을 구경하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끔 한다. 프랑스에서 수입된 와인의 라인업을 구경하다가 특정 와인이 생산된 마을로 이동하여 와이너리 주인에게 역사와 재료의 설명을 듣는 식이다.


쿨호보의 VR 커머스 https://www.youtube.com/watch?v=rFKrNJ43S-4


브랜드파워 확보를 위한 패션매장 설계


특히 패션브랜드들에게 리테일 테크놀로지가 가지는 중요성은 몹시 크다. 고객이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착용까지 해 본 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매장에서 제품을 어떤 식으로 전시하고 동선은 어떻게 설계할 것이며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어떤 "인상(Impression)"을 갖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브랜드파워와 즉각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매장을 통해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고객의 경험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버버리나 나이키는 여러 플래그십스토어 및 스마트스토어 등을 선보이고 있다.


오크랩의 스마트미러

오크랩(Oaklab)은 스마트미러로 유명한 뉴욕의 스타트업이다. 레베카 밍코프, 랄프로렌 등에 스마트미러를 공급하고 있다. 고객은 스마트미러로 피팅룸 안의 기온과 습도를 조절하고, 음악을 선택하고, 피팅룸 안에서 점원에게 다른 사이즈 및 컬러의 제품을 요청하거나, 지금 입고 있는 상품과 어울리는 다른 상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전화번호를 입력해 두면 모바일로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가 가기 때문에, 매장을 떠난 후에도 언제든 모바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메이시즈 역시 피팅룸에 들어간 고객이 다시 나오는 불편을 겪지 않도록 앱을 활용해 피팅룸에서 제품을 받아 볼 수 있게 하는 “Whoosh FittingRoom”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니만마커스의 '메모리 미러'

니만 마커스도 ‘메모리 미러’라 불리는 스마트미러를 설치했다. 약 180센티미터 높이의 스마트미러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고객의 정면과 옆모습 등 여러 앵글을 촬영해 저장한 후 고객이 다른 옷을 입어볼 때마다 이전에 입었던 옷들과 비교할 수 있도록 사진 또는 동영상을 제공한다. 한편 얼마 전 니만마커스가 새로 오픈한 포스워스의 매장은 다양한 선글라스를 착용해 보고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해 주는 '선글라스 미러', 고객이 오픈셀(Open-sell) 방식으로 진열된 화장품 매대에서 직접 상품을 골라 메이크업을 해 본 후 결과를 비교할 수 있게 해 주는 '메이크오버 미러' 등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피팅룸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원하는 제품을 바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구매여정(Customer journey) 곳곳에 편리함을 더하는 패션브랜드로부터 최근의 리테일 테크놀로지 동향을 알아볼 수 있다.


"브릭-앤-모타르" 이상, 적극적인 액셀러레이팅


오프라인 거래("브릭-앤-모타르 Brick-and-mortar")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대형쇼핑몰들은 직접 리테일 테크놀로지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양성하는 등 이런 동향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월마트(Walmart)는 유통 및 물류 부문의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 공모전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을 진행했고, 우버 및 리프트와 제휴해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이전의 월마트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타깃(Target)은 그동안 다른 쇼핑몰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얻고자 독특한 컨셉의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내거나 모델들이 건물 벽을 수직으로 타고 내려오는 패션쇼를 진행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해 온 쇼핑몰이다. 핀터레스트 플랫폼을 활용해 커머스를 진행하기도 한 타깃은 현재 테크스타즈(Techstars)와 함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Target + techstars'을 운영 중이다. 테크스타즈와 함께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며 자사의 역량을 제고하려는 R/GA나 LA다저스처럼,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과 초기에 관계를 형성하고 그 기술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타깃은 VR 커머스회사 '프레키시' 외에도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해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인스펙토리오', 성희롱 방지 웨어러블을 개발하는 '레볼라', 가상 홈 데코레이팅 플랫폼을 제공하는 '블루프린트' 등을 육성하고 있다.


또다른 혁신을 예고하는 아마존 슈퍼마켓과 스타벅스 바리스타


아직 한국에서는 대형 브랜드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운영 등 눈에 띄는 사례는 없지만, 스타트업 지형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들이 다수 보인다. 비가청음파를 활용한 세컨스크린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비두와 사운들리, 인터랙티브 디지털 스크린을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는 엘토브와 사운드그래프 등이 약진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1pyZiDVlRw 스타벅스 '마이스타벅스 바리스타'


아마존고와 아마존 서점을 통해 오프라인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아마존은 앞으로 점원과 계산대를 스마트폰과 로봇이 대체하는 '아마존 슈퍼마켓'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주문 시스템 '마이스타벅스 바리스타(Mystarbucks Barista)'의 베타버전을 공개, 거의 학대에 가까운 수준의 까다로운 주문을 받아내는 인공지능 바리스타의 등장을 예고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비롯해 한층 더 고도화되는 기술들이 리테일 매장 곳곳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와중에, 결국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뿐만 아니라 그 장소 및 시간이 제공하는 맥락과 경험을 판매하는 데 그 존재의 의의를 찾게 될 것이다. 아마존 슈퍼마켓만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리테일 매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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