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영업이 어렵다
“김대표, 현장이랑 생산시설도 방문 가능하겠지?”
“물론이죠, 회장님. 하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아, 오늘 비가 와서 북한산 등산을 못 갔어.”
“전 금요일날 불암산 다녀왔는데, 좋았습니다.”
“불암산이 어디야?”
“태릉근처요, 완전히 바위산이던데요!”
“오, 언제 한번 같이 가지.”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된다. 이전 대화만 본다면 우리는 분명 일요일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업가의 모습이다. ‘언제 한번 같이 가지.’ 이 짧은 문장에 답하는 일이 나에게는 여전히 어렵다. 알 수 없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쓸데없이 솔직한 성격탓이기도 할 것이다. 간다고 해야 해 말아야 해.
“네네”
두 마디 답변을 위해 1분은 생각했다. 참 웃기는 일이다. 사실 단순한 인사치례일 뿐 우리는 영원히 함께 등산 갈 일이 없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영업을 잘 하려면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 반드시 목표를 이루겠다는 투철한 의지만이 필요할 뿐… 나머진 '센스'다.
영업의 과정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선’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남남이건 남녀이건 말이다. 너무 원리원칙에 입각한 태도는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 너무 친근한 태도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지나친 겸양과 존경은 비굴해 보이고, 그렇다고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는 상대의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
아~ 어렵다.
상대방을 편하게 리드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관철시키는 그런 모습은 정말이지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부럽고 또 부러운 일이다. 이런 것이 진짜 영업이지. 솔직히 말해 이성 간의 사업관계는 동성 간의 사업관계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너무 조심해야할 것이 많다. 나만 그리 생각하는가?
한 때 남자들이 첫 대면에서 나와의 악수를 머뭇거릴 때, 그것을 ‘무시’라는 감정으로 나는 받아들인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그런 경우도 많이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내가 먼저 손을 내민다. 아주 공손히, 게다가 양손으로다가… 덥썩! ^^;;
오래 전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인간이 ‘자웅동체’였으면 좋겠다고. 남자와 여자라는 두 개의 성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절대 단순해 질 수 없다며 한 숨을 내 쉬었다. ㅋㅋㅋ
프.로.란 무엇인가! 분명 일만 잘하는 것은 아닐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