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꿀도 아니고 메이플 시럽도 아니고 설탕 이어야 해

#013/100 LA THÉ AU CHOCOLAT

by 가치님



코코아, 플럼, 크렌베리 향이 강하게 확 퍼진다. 향만 맡았는데 추운 겨울날 핫초코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런데 초코향이 익숙한 듯 아닌 듯 기억이 날 듯 아닌 듯 코에 맴맴 돌았다. 카카오닙스 향도 아니고 약간 뭔가 거슬려. 아는 향인데 이게 뭘까? 뜨거운 물을 올리고 기다리는 동안 떠올랐다. 벨기에 초코향보다는 단백질파우더 초코음료 향이 난다. 이런…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셨을 때 코코아닙스 맛 뒤로 홍차맛이 올라온다. 꾹 누르는 진한느낌 끝맛이 카카오닙스 특유의 떫은맛이 약간 있는데 우유를 넣으니 그 맛이 사라졌다. 따뜻하게 기분 좋은 우유 맛 뒤 홍차향과 카카오향이 뒤따라오는 게 느껴진다. 향을 맡았을 때 단백질 파우더 초코 음료 향이 나서 약간 거부감이 들었는데 맛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우유를 넣어 마셨을 때랑 느낌이 다르구나. 각설탕을 넣어서 달달하게 마셔야 하는구나 본능이 속삭이는 게 재미있다. 급한 대로 집에 있던 꿀을 넣었는데. 이건 꿀도 아니고 메이플 시럽도 아니고 설탕 이어야 해.


차분히 마시다가 끝에쯤 가서 갑자기 현타가 터졌다. 초코 프로틴 음료가 뭐길래. 운동가야지라는 생각이 조건반사적으로 따라올까?. 프란다스의 개처럼 즐거운데 즐겁지 않은 듯한 이미지가 떠올라 웃프다. 차를 마시다가 오늘은 꼭 운동을 가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


한 가지 더 번외 편은 이걸 마시고 나서 데운 우유를 사용한 컵은 빨리 씻어야 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는 것. 베트남 여행에서 에그커피, 코코넛커피 같은 색다른 커피를 접한 뒤 인연에 없던 바리스타 수업을 배운 적이 있다. 그때 열을 가한 단백질은 바로 씻어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단백질의 비릿한 향을 없애기가 어렵다는 말이 머릿속 어딘가에 강하게 박혔나 보다. 다시 생각해 봐도 '데운 우유를 담은 컵은 바로 씻어야 해'. 머리에서 바로 경고를 보내는 걸 보면 꽤나 인상적인 교육을 받았음에 틀림없다.


초코맛 나는 홍차 하나 마시고 드는 생각과 느낌을 적는데 이렇게 많은 게 따라올 수 있다니. 아마 기록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그때로 사라질 것들인데 나도 글을 쓰며 나를 관찰하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러니 오늘의 글은 달달한 초코 밀크티 맛있어로 마무리해 보자.






#013/100 LA THÉ AU CHOCOLAT(5504) : Black Tea, Milk l

Black tea scented with a dark chocolate flavor. Blended with cocoa nib and cocoa pow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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