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진심 그리고 편지

by 김가연

오늘은 주말 동안 잘 쉬어서 그런지 업무에 집중이 잘 됐다. 할 일을 종이에 적으며 정리하던 중에 옆 자리 프로님이 잠깐 커피 한 잔 하지 않겠냐고 물으셨다. 마침 최애메뉴 딸기 바나나 주스(단돈 2,900원에 무려 생과일)가 슬슬 당겨 오던 중이라 바로 좋다고 했다.


일은 좀 괜찮냐는 말에 그럭저럭 할만하다고 대답했다. 옆 자리 프로님은 같은 그룹이긴 하다만 같은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서로 무슨 업무를 하는지 잘 몰랐는데 오늘에서야 정확하게 알았다. 너무 무관심했나 싶어 내심 미안했다.


나의 직장생활 안부를 확인하고는 본인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일이 많이 힘드신 모양이었다. 파견직인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다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워킹맘이 되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같은 층에 직원 상담 센터가 있으니 필요하면 도움을 받으라고 추천해 주셨었는데. 아마 본인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말씀을 하셨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 상담 선생님의 상담 방식이 별로인 모양이었다. 어떤 고민을 말하면 ‘당신의 선택인데 견디셔야죠.’와 같은 반응이라고 했다. 상담은 위로받고 싶어 가는 것인데 괜한 상처만 더 주다니.


대화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와서도 마음이 쓰였다.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편지를 썼다. 각종 인터넷 문화가 발달한 세상에 손 편지가 아직 남아있는 이유는 이것만이 줄 수 있는 진심이 있기 때문일 테니까. 별다른 위로는 못 해줘도 이야기 들어줄 수 있으니 언제든 커피 마시자는 내용을 적었다. 덧붙여서 내가 좋아하는 김창완의 편지 내용도 함께 썼다.


퇴근 직전에 편지를 드리니 손편지냐며 반가워하셨다. 난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도망갔다. 히히. 내 작은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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