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기

함덕

by 김가연

주말 동안 제주도에 다녀왔다. 대구, 부산, 용인 각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난데없이 제주도에서 모인 게 참으로 특이한 조합이다. 때는 바야흐로 5년 전, 한달살이가 한창 유행할 때 좋아하는 바다에서 실컷 수영을 하다가 다시 육지로 올라올 요량으로 제주행을 결정했었다. 그랬던 것이 글쎄 살다 보니 정이 붙어 일 년을 살게 됐었다. 처음 내려가서 일했던 곳은 니모스토리라고, 김녕에 있는 스노클링/서핑보드 대여샵이었고 그곳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들과 모이게 된 것이었다.


생업에 치여,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봤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폭풍 해일 주의보가 뜨는 난폭한 날씨도, 수다에 지쳐 건조해진 목 안에서 피가 터져 나와도 문제가 없었다. 우윳빛 뽀얀 제주 막걸리와 오랜 친구들만 있으면 이 정도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 오는 풍경을 안주 삼아 뻔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는 얘기. 집 얘기. 돈 얘기. 결혼 얘기. 연애 얘기. 옛날 얘기.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비슷하게 떠들고 놀았다.


종종 갔던 술집에 갔더니 사장님이 얼굴을 기억하고 반겨주셨다. 이름은 잊었나 보다. 어어! 왔어? 만 연신 반복하던 사장님. 맥주에다가 마른 멸치를 씹으며 또 술상을 벌였다. 그러다가 물을 컵에 따르던 내 뒷모습을 보고 어떤 사람이 직원으로 착각해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런데 마침 우연히도 그분은 옛날에 자주 술잔을 주고받던 나의 지인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강산에 형님과 함께 공연을 하고 술을 마시러 왔다고 했다. 어쩐지 강산에 아저씨 노래가 나오더라니. 떨리는 맘을 부여잡고 술집을 나서기 전에 강산에 아저씨에게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흔쾌히 브이 포즈를 취하셨다. 그리고서는 어떻게 젊은 사람들이 본인을 알아봤냐고 하셨다. 사실은 못 알아봤어요,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어색한 웃음만 연신 지었다.


김녕에 갔더니 더 건강해진 모습의 양래오빠와 애굣덩어리 콜리가 있었다. 여기는 늘 그대로구나. 방정맞은 날씨 탓에 서우봉 산책은 짧게만 했다. 그래도 풍경이 아름답기는 여전했다. 기가 막힌 조천의 아귀찜 맛도, 저렴하고 양도 많은 갈빗집도 변함없었다. 여태 내 고향은 용인 뿐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여기가 내 제2의 고향이었다. 반갑고 그리웠던 나의 고향, 함덕. 우리는 서로 흐르지만 만나는 곳을 기억해서 행복하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흘러가다가 또 만나자!




앞선 글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여행기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이야기이므로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같은 브런치북에 연재합니다.

이전 10화마르지 않는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