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칭찬
손 편지를 적어 드린 이후로 옆자리 프로님은 나와 많이 가까워졌다. 내가 준 편지를 가방에 매일같이 넣어두시고 힘들 때마다 읽어보신다고. 나는 원체 남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타입이지만 내게 마음 써주는 것이 감사해서 이제는 종종 스몰톡도 나누고 내 이야기도 한다. 그런 프로님이 오늘은 머리를 싸맨 채 A4 용지가 뚫릴 기세로 쳐다보고 계셨다. 무얼 하시길래 그리 골똘히 고민하시냐 물으니 또 우리 MZ 의견도 들어보자면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건강식 메뉴를 내년부터 리뉴얼해서 사업 기획서를 제작했는데 디테일한 문구를 수정해야 한다고, 어떻게 쓰면 좋을지를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다. 기존 제품보다 다양한 재료에, 다채로운 모양에, 그릇에 변화를 주어 '비주얼 강화'를 만들어내었다는 말을 더 한 번에 와닿게 쓰라는 요청이란다. '비주얼 강화'도 이미 괜찮은 말인데 여기서 더 어떻게 실감 나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골머리 앓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생각해 봐도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럴 땐 Chat GPT만 한 게 없다. 입력값을 잘 못 넣었는지 한 단어 '다채로운'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건 아직 인간뿐이 할 수 없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내 머리로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서는 품격있는 한 상이라는 말이 번뜩 떠올라 말씀을 드렸다. 프로님은 바로 이거라면서 너무 좋다고 하셨다. 도움을 많이 받아서 월급을 떼어 줘야 할 정도라고 점심으로 짬뽕을 사주시겠다고 하셨다. 요즘처럼 칭찬이 박한 세상에서 단순한 한 마디에 이런 칭찬이라니. 나를 매우 높게 사시는 프로님께 너무 감사했다. 칭찬받고 먹는 짬뽕이라 그런지 국물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역시 모든 관계에는 친밀함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딱딱한 관계보다는 조금은 편안한 관계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이 잘 난다. 밧줄로 꽁꽁과 기토(사주 관련 내용) MZ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시며 칭찬까지 마구마구 하시니 마르지 않는 샘처럼 생각이 계속 샘솟는다. 계약이 11월부로 종료되어 여행을 계획해 뒀는데 12월에 바로 재계약할 것 같다. 인정욕구가 강한 나에게는 아주 기쁜 소식이 아닐 수가 없다! 우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