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외근을 갔다. 무려 삼성전자로. 꽉 막힌 도로를 지나 유리가 반짝거리는 으리으리한 외관을 보니 별난 기분이 들었다. 말로만 듣던 그 대기업에 지원을 나간다니, 그곳의 직원이 된 것 마냥 잠시 우쭐했다. 높은 연봉을 받는 똑똑한 젊은이. 한마디로 영 앤 리치로 비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평생 대기업의 'ㄷ'자도 따라가지 못할 인물이라 여겼는데 고작 파견직이면서도 어깨가 으쓱한 모양에 스스로가 우스웠다. (자기 비하는 아니고 실제로 좋은 학력은 아니어서다.)
업무는 단순했다. 진단실에서 인바디 검사를 끝낸 고객의 핸드폰 앱을 통해 측정 기록을 연동하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안내를 도와주시는 간호사님이 특이했다. 목소리는 친절하기 그지없었지만 약간 귀찮은 듯한 말투. 그리고 안내가 끝난 뒤 멍하니 벽을 바라보는 공허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배우 박진주 님의 간호사 연기가 떠올라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본사로 돌아오는 길에 날 채용한 셀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절 뽑으신 이유가 궁금해요, 하고 물으니 지원자 세 명 중 가장 밝았다고 한다. 기분이 좋았다. 동시에 의아했다. OA 능력이 남들에 비에 뒤처지는데도 성격이 좋아서 채용을 한다니. 채용 기준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결국 끌리는 사람 뽑는다는 건가. 뭐가 됐든 또 무한한 감사를….
*이 글은 2024년 9월에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