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

by 김가연

불금이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이 불타는 짜릿한 기운. 저녁약속으로 기대되는 마음에 풀메이크업을 하고 출근했다. 옆자리 프로님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 "오늘 너무 예쁜데요?" '화장 잘 됐는데요'도 아니고 예쁘다니. 이것으로 오늘 나의 하루는 완성됐다. 팔에 물린 간지러운 모기 자국도, 소화가 안 돼 불편한 속도 괜찮아지는 마법의 말이다. 예쁘다는 말은 남녀노소 누구에게 들어도 늘 기분이 좋아진다. 후후후.


점심 먹고서는 프로들님과 산책을 했는데 비가 한 두 방울씩 애매하게 와서 5분만 걷고 들어왔다. 맨날 밥만 먹고 스스슥 사라지는 포지션이 조금 예의가 없었나 싶어서 함께 갔다. (사실 예의 없는 것도 아닐 텐데. 그냥 무리에 끼고 싶었던 핑계다.) 어른들의 대화주제는 어느 지역의 집값, 학군, 공원 조성으로 오를 땅값 뭐 그런 것들이었다. 잘 알지 못해 공감할 수 없는 주제. 그러니 이번에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은은한 미소만 지으며 땅바닥만 보고 걸었다.


꿀먹벙 미소표정은 어색하고 긴장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내 나름 최고의 성의 표현 방식이다. 괜한 말 했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터득했다. 그리고 꼭 이런 자리에서는 자신감이 없어져서 목소리도 작아진다. 세상의 주인공은 나라고 배웠는데, 나는 한없이 작아질 때가 많다. 이런들 어떠하리.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늘은 불금이니까.




*이 글은 2024년 9월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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