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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가일기 09화

요가, 영원한 것은 없다

by Slowlifer

베이직 요가와 일반 요가 수업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아마도 한 자세를 조금 더

오랫동안 유지를 하는 것 아닐까.


원래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머리로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정지 자세를 유지하다 보면

정말 쉽지 않음을 몸으로 깨닫는다.


이곳에도 근육이 있었나 싶을 만큼

그동안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온몸 구석구석의 당김과 자극을

느낄 때면 머릿속은 온통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찬다.


요가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그러한 자극이 익숙지 않아

선생님의 카운트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세에서 빠져나오곤 했었지만,


수련을 거듭할수록

조금 더, 조금만 더 그 자세를 유지해보려 한다.


평온한 선생님의 얼굴과는 달리

아무리 비슷한 표정을 흉내 내보려 해도

표정관리는커녕

구령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자극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고통스러워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들숨날훔 호흡하며

그 생각을 한발 떨어져 관찰한다.


다시 또 자세를 풀까 말까

고민하는 나를 관찰하며

의식을 의도적으로 호흡으로

다시 데려다 놓기를 시도해 본다.


그렇게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3분, 5분

몸을 한 가지 자세로 정지한 채로 흘러간다.


빠져나옵니다.

라는 반가운 소리가 들릴 때면

자극을 피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동안 마주한 내가

스스로 자랑스러워진다.


요가를 하며 영원한 고통은 없다는 걸 배운다.

자극 또한 무뎌지고

결국은 지나가는 것이라고.


당시에 그 자극을 피해버리면

당장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언젠가 다시 마주해야 했을 땐

더 큰 고통이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요가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요가와 마찬가지로 일상에서도

우리는 늘 선택을 하며 산다.


지금 이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안고 갈지,

그냥 에라 모르겠다

이 순간을 모면해 버릴지.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

많은 수련을 요구하는 일일지라도

나의 건강한 정신상태를 위해서는

회피보다는 수용이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 지나가니까.

내가 지나왔고, 앞으로도 또 그럴 거니까.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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