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일, 엄마 다 사줄게
갓 두 돌이 지나가자 아기의 언어가
가히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평생 할 효도는 이때 다한다더니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
웃음이 끊이지 않는 나날들이다.
어쩜 이런 말을 할까,
이런 건 어떻게 기억하지,
벌써 이런 생각을 한다고?
깜짝깜짝 놀라는 날들의 연속.
아기를 키우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 주기에
이런 순간들을 마주 할 때마다
진심으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존재만으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 존재가 마치 나를 위해
이 세상에 온 것만 같다.
요즘은 부쩍 “사줄게”, “사야 대”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아마도 간식거리가 떨어지면
“엄마가 내일 사줄게”
“지금 없어서 나중에 사러 가야 돼”
라고 얘기한 걸 습득한 모양이다.
가령 극강의 단맛으로 아기가
너무 좋아하는 수박이 똑 떨어지면
아기는 “수박 사러 가아대”
아직은 너무 귀여운 발음으로 꽤나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밝힌다.
그리고선 한 술 더 뜬다.
“아빠하구, 계산하구, &₩@₩@, 줄게”
마트에 가면 꼭 자기가 들겠다고
품에 꼭 안고 있다거나
손에 꼭 쥐고 있다가도
계산대 앞에서는 잠시 내어준다.
계산을 하고 가질 수 있다는 걸
반복적인 경험으로 습득을 한 모양이다.
새삼 반복의 힘을 깨닫고
잠시나마 습관적으로 하는 언행을
조금 더 신경 써야겠구나 돌이켜 보게 된다.
지난주 등원 길,
하트 바지와 곰돌이 티를 스스로 골라 입더니
“엄마도 이거 이거 입어, 하트옷, 곰돌이 옷”
엄마는 이거 없다고 하니 대뜸
“짱이가(애칭) 사줄게,
엄마 하투 바지랑 곰돌이 티 다 많이 사주께.
짱이가, 얼집 갔다 와서, 내일, 이거 사러가아대“
라고 한다.
그러고도 뭐가 “없다”는 소리만 들으면
“내일” 자기가 다 사주겠다고
귀여운 공수표를 끝도 없이 날려댄다.
너무 귀엽고 한편으론 웃기면서도
내가 어렸을 때 “커서 다 갚을게요”
부모님께 했던 말들이
이렇게 들렸을까 싶어 뜨끔한다.
어떤 마음이냐면,
너무 그 마음이 예쁘고 고마운데
전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
그런 거 안 사줘도 괜찮으니
그저 네가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그런 마음.
부모가 되어서야
그 뻔한 말이 결코 뻔한 말이 아니었음을
알게되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이런 마음이라는 걸
태어나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참 행운이라는 걸
나 또한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아기를 키우며
오늘도 나는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