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같은 손으로 까치발을 하고
어두컴컴한 방문을 닫으며
30개월이 채 되지 않은 아기가 나를 위로한다.
엄마 괜찮아
내가 눈물 닦아줄게
내가 안아줄게
가슴 속 깊이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고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마음에는
죄책감이라는 돌덩이가 하나 더 얹어진다.
속으로 이야기한다.
‘미안해. 엄마도 사람이라서..‘
아주 어릴 적 엄마 아빠의 다투던 장면이
다시 떠올랐고,
인정하기 싫지만
나 역시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구나 싶어
스스로가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인생에서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아이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
부모의 잦은 다툼을 보고 자란 아이는
불안을 키우며 자란다는 걸 알기에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다 결심한 것인데
무슨 이유에서건
어른이라면 그 정도의 감정은 컨트롤 할 수 있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음을 느끼며
과거의 나의 부모에 대한 동정과
지금의 나에 대한 증오가 함께 나를 삼킨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쉽지 않음은
결코 아이를 키우는 일 자체에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와 함께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마주하게 되는 걸까.
나는 아이를 키우며
그토록 이해가 어렵던,
절대 닮고 싶지 않았던,
나의 부모를 한 면모를 떠올리고
그간의 나의 생각과 감정은
여전히 미숙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아이가 나를
매일 더 깊게, 강하게,
그렇게 키워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