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기
더는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머릿속에서는 ‘이제 그만 내려와’라는 소리가
점점 커져갈 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섯 호흡만 더 유지할게요.”
그만하라는 머릿속에서 소리쳐대는 생각을
잠시 밀어내고서
온 정신을 모아 호흡 다섯 번에 집중해 본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다서엇.
온몸이 후들거리고
호흡도 점점 가빠졌지만,
후. 해냈다.
당장에라도 포기해 버리려는 순간에
지금 이 자극도 영원하지 않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나는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비슷한 순간들이 여럿 떠오른다.
프리다이빙을 하며 숨을 참는 훈련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의 경험을 했다.
물 밖에서 30초, 1분, 1분 30초,
이렇게 내가 버텨온 시간을 카운트해주는 것만으로도
기록이 달라졌다.
내가 얼마만큼 왔는지,
내가 얼마만큼 더 가야 하는지,
감이 없을 때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내곤 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는?
요가 선생님과 프리다이빙 버디처럼
꼭 누군가가 나에게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남은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남이 해주는 것처럼
내가 나에게 그 사실을 인지 시켜줄 수 있다면?
조금은 더딜지라도
그래도 앞으로, 앞으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대단하고 거창한 성장 말고,
내 안에 소소하게 쌓이는 오늘 같은 성장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게 기록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기록을 하면 지난 나의 길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더 또렷하게 볼 수 있으니
언제나 그랬듯 모든 일에는 끝이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일에도 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 더 지금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요가하는 시간은 이런 사유를 가능하게 하고,
나를 조금 더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참 고마운 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