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기
저는 엄청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어서요.
요가 같이 정적인 운동은 저한테 잘 안 맞을 것 같아요.
과거 나는 요가를 이 정도로 생각했었다.
단조로움
정적임
지루함
재미없음
즉, 단조롭고 정적인 활동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활동이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활동이기에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정도의 입장이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요가에 입문하고 요가 예찬론가가 되었다.
나는 나를 잘 몰랐으며
나는 나를 쉽게 규정했다.
내가 규정하고 있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
많은 일에 쉽게 싫증을 내는 사람
새로운 자극만을 원하는 사람
반복되는 일을 누구보다 지루해하는 사람
내가 정의한 '나'에 따라 나는 늘 반복되는 일을
꾸준히 하기보다는 보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해왔다.
지금 가진 것 말고, 늘 내게 없는 '새로운 것'을 원하고 갈망했다.
즉, 나는 항상 '지금 여기'에 살지 않았다.
반복은 곧 '지루한 일'으로만 여기던 내가,
서서히 반복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요가 수련을 통해서.
특히 오늘 나는 아쉬탕가 요가 수련을 하며
처음으로 '반복의 필요성'을 몸소 체득했다.
아쉬탕가 요가는 정해진 동작에 따라 짜여 있는
시퀀스를 매번 동일하게 반복하는 요가 수련의 종류이다.
다소 역동적인 동작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주로 앉은 자세에서 진행되는 하타 요가에 비해
에너지 소모도, 체력소모도 많은 수련법이다.
오늘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수련을 이어가다가 문득 달라진 나를 발견했다.
같은 내가 하는,
같은 동작인데,
더 이상 같은 동작도, 같은 나도 아니었다.
분명히 다른 '나'였다.
매번 동일한 동작을 하다 보면
할 때마다 잘 안 되는 동작도 있고
잘 되다가 안 되는 동작도 있고
조금씩 나아지는 동작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조금 달랐다.
분명 나는 성장해 있었다.
전체적으로.
힘들면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고
동작을 따라가기만도 벅찼던
과거의 나는 거기에 없었다.
어느새 나는 호흡을 깊게 들이 마시고 내쉬며
조금 더 깊은 그 어떤 곳에 닿기 위해
온 마음과 몸을 집중하고 '바로 거기'에 머물고 있었다.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반복은 결코 지루한 일이 아니라는 것.
반복에 익숙해져야지만,
반복이 있어야지만,
얼핏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그 과정을 지나와야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면 성장뿐만 아니라,
'진짜 나'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 또다시 새로운 내가 되었다.
나는 이제 나를 새롭게 정의할 것이다.
'지루함도 잘 견딜 줄 아는 사람'
'반복도 즐길 줄 아는 사람'
반복은 결코 지루함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몸과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얼핏 의미 없어 보이는 반복을
삶의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쌓아 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늘과 같이
문득, 훌쩍,
그렇게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할 날이
반드시 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