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기
완성된 결과물만 보게 되면
쉽게 그 과정을 간과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내 것이 아닌
남이 이미 이뤄놓은 무언가를 볼 때는
마치 그 사람이 특별해서
혹은 그 사람이 타고나길 그렇다고
혹은 그 사람은 운이 좋다고
쉽게 판단해버리곤 한다.
내 노력은 내가 알고 있으니 과대평가를 하고
남의 노력은 내가 모르니 과소평가를 한다.
두 달쯤 전부터 같은 요가원에 나오는 분이 있다.
내가 컴업이라는 동작을 처음 직관할 기회를
주신 분이기도 하고,
다른 것보다 수련 내 호흡에의 집중이 남달라
자주 숨을 멈추는 나에게
호흡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해 주시는 분이다.
늘 속으로 감탄했다.
이미 요가강사자격도 있으시니
나랑은 급이 다른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그냥 오래 하셔서
저렇게 되나 보다, 하며
속으로 내심 부러운 마음이었는데
우연히 차담시간 대화 중 알게 된 사실.
그런 그분도
머리서기를 시도하는 데
무려 8년이 걸리셨단다.
두 눈이 뚱그레졌다.
네???? 정말요??????
과거에 그분은
완벽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를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될 것 같으면 지레 포기를 하고
도망가버리셨다고.
그걸 깨부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요가가 있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내가 나라고 믿었던 그것들을
깨어부시는 연습을
요가 매트 위에서 했다고.
그리고 그것들이 부서지는 순간
일상에서의 내 삶도 달라졌다고.
사실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 역시 쉽게 나를 단정 짓고
자주 도망 다녔으니까.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분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타고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잘하는 게 아니라
특별하거나 운이 좋은 게 아니라
그저 그렇게 오랜 시간
자기 자신을 감싸 안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온 것이니까.
뭐든 자연스럽게 해내려면
미치도록 부자연스러운 시간을
웃으며 견뎌내야 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뭔가를 해내는
가장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바닥에서 한 발 한 발 나아가
차근차근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태어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