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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가일기 24화

저 머리서기에만 8년 걸렸어요

요가일기

by Slowlifer

완성된 결과물만 보게 되면

쉽게 그 과정을 간과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내 것이 아닌

남이 이미 이뤄놓은 무언가를 볼 때는


마치 그 사람이 특별해서

혹은 그 사람이 타고나길 그렇다고

혹은 그 사람은 운이 좋다고


쉽게 판단해버리곤 한다.


내 노력은 내가 알고 있으니 과대평가를 하고

남의 노력은 내가 모르니 과소평가를 한다.



두 달쯤 전부터 같은 요가원에 나오는 분이 있다.


내가 컴업이라는 동작을 처음 직관할 기회를

주신 분이기도 하고,


다른 것보다 수련 내 호흡에의 집중이 남달라

자주 숨을 멈추는 나에게

호흡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해 주시는 분이다.


늘 속으로 감탄했다.


이미 요가강사자격도 있으시니

나랑은 급이 다른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그냥 오래 하셔서

저렇게 되나 보다, 하며

속으로 내심 부러운 마음이었는데

우연히 차담시간 대화 중 알게 된 사실.


그런 그분도

머리서기를 시도하는 데

무려 8년이 걸리셨단다.


두 눈이 뚱그레졌다.

네???? 정말요??????


과거에 그분은

완벽하지 않으면 쉽게 포기를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될 것 같으면 지레 포기를 하고

도망가버리셨다고.


그걸 깨부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요가가 있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내가 나라고 믿었던 그것들을

깨어부시는 연습을

요가 매트 위에서 했다고.


그리고 그것들이 부서지는 순간

일상에서의 내 삶도 달라졌다고.



사실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 역시 쉽게 나를 단정 짓고

자주 도망 다녔으니까.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분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타고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잘하는 게 아니라

특별하거나 운이 좋은 게 아니라


그저 그렇게 오랜 시간

자기 자신을 감싸 안고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켜 온 것이니까.


뭐든 자연스럽게 해내려면
미치도록 부자연스러운 시간을
웃으며 견뎌내야 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뭔가를 해내는
가장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바닥에서 한 발 한 발 나아가
차근차근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태어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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