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가까이 있는 편은 아니기에
주말농장으로 겨우겨우 꾸려내고 있는 우리와 다르게,
은퇴한 우리의 60대 텃밭친구 아저씨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텃밭에 다녀가신다고 했다.
그냥 그렇게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으시다고.
누군가는 열 평 그게 농사냐 할 테고,
누군가는 열 평이나 텃밭을 하냐고 할 테지만
도합 스무 평 우리의 텃밭은 늘 훈훈하다.
여름작물의 성장세가 그렇게 무서운 것인지
초보 농사꾼은 알 수가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고추, 가지, 오이가 주렁주렁
무럭무럭 자라는 건 물론
상추는 냉장고에 이미 가득 찬 지 오래다.
내키는 대로 계획 없이 아무렇게나
이것저것 심어둔 우리의 열 평 텃밭과 다르게
우리 이웃 텃밭은 아주 정갈한 하나의 정원 같다.
관엽 대신 작물로 꾸려진 정원.
관상용으로 쑥갓을 키우신다는 농담은
진짜 농담이 아닌듯했다.
매일 손길이 닿은 텃밭과
일주일에 겨우 한번 한두 시간 손길이 닿는 텃밭은
그 결과물 자체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그 예쁜 텃밭에는 귀여운 딸기가
조롱조롱 매달려있었다.
정원을 구경하며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는데
텃밭친구 아저씨가 어김없이 나타나셨다.
그리고선 우리 아기 이름을 다정히 부르시며
이리 와보라고 줄 게 있다고 하신다.
내가 방금 전 감탄하며 구경하던 딸기였다!
만나면 맛 보여주려고 일부러 몇 알 남겨두신 거라고.
그 자리에서 수확한 그 귀한 딸기를
아기는 아주 맛있게도 다 먹어 치우고서는
한참이너 “딸기 또 줘”를 연발했다. ㅎㅎㅎ
한발 너머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기분이다.
삭막하기만 한 것 같이 느껴지던 세상도, 텃밭에 가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
여유롭고 평화롭다.
누군가가 볼 땐 참 비생산적인 행동일지라도 묵묵하게 그저 눈앞에 풀을 뜯고, 가지를 쳐주고, 수확하는 그 행위 자체가 주는 의미는 제각각이겠지만,
속으로 조용히 취미생활로 텃밭을 운영하여 사서 고생(?)하는 분들은 아마도 이런 사소한 기쁨을 아시는 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