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의 지금이 너무 아프다

by Slowlifer

거짓말처럼 아빠는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아빠 눈만 다시 한 번 볼 수 있으면

했던 마음이 자꾸만 자꾸만 다른 욕심으로 커진다.


사람의 육체가 얼마나 힘 없고 가여운 것인지를

직관을 하고 있자니 자꾸만 마음이 아려온다.


아빠는 돌아왔다.

하지만 이전처럼 돌아가지는 못한다 했다.


부축을 해서 휠체어를 타기만 하면 바깥 세상 구경이 가능하던 아빠는 이제 목에 구멍을 뚫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 와상 환자가 되었고,


발음이 뭉개져 소통은 어려웠어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아빠는 이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여 동생들이 만들어 코팅해온 한글자판으로 최소한의 소통을 근신히 이어가며,


팔이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스스로 밥 먹는 기능이 떨어졌어도 밥을 떠먹여준다면 얼마든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었던 아빠는 이제 코로 유동식을 주입할 수밖에 없고,


소변줄은 찼어도 부축하면 화장실에는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소변 모두 남의 손을 빌려 기저귀를 써야하는 그런 중환자가 되어 돌아왔다.


앙상하게 뼈만 남아 아빠보다 더 심해보이는 환자들 사이에 누워있는 아빠를 보는게 아프다.


아프지 않은척

이제는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게 최선이라 여기며

밝은 척 소통 안되는 아빠 앞에서

일주일에 한두시간 남짓을 떠들고 돌아오면

완전히 방전이 되어버리는걸보니

나는 아마 많이 힘이 든가보다.


아빠를 보는 것보다,

자꾸만 누워있는 아빠는 얼마나 지옥일까

그 마음이 자꾸만 떠올라서,

숨 넘어간 아빠를 살려낸게 과연 잘한 선택인지

우리를 위한 욕심이 아니었던지

또 다시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이 힘들다.


무슨 말이 제일 듣고 싶을까.


흐르는 눈물 하나 내 손으로 못 닦는 심정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외로이 병원 침상에 누워지내며

앞으로 더 나아질거란 희망을 잃은 이 시간들은

대체 어떻게 채워야 좋을까.


아빠도, 우리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란걸 이미 알고 있지만,


아빠가 돌아와서 기쁘면서

아빠가 너무 아프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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