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중환자실에 들어간지 딱 일주일.
일주일동안 나는, 나의 동생은,
우리가족은 생과 사 그 사이 어디쯤 있는
아빠를 잡지도 놓지도 못한채
무기력한 그 시간들을 버텨내야만 했다.
아빠의 삶은 멈춰져있는 듯 보였으나
세상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계속 흘러간다.
동생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병원으로 내려간지 일주일만에
나는 나의 집으로 돌아왔다.
내 아이가 있는
내 남편이 있는 우리 집.
매일같이 중환자실 앞에서
우두커니 서있거나
멍하게 앉아있거나
하루에 한 번 간호사님을 호출하여
지금의 상태는 어떠신지를 묻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음에
살면서 처음겪는 무력감을 느꼈다.
무력감을 느낄수록 나는
더 힘이 빠져갔고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나의 아이를 위해,
남은 내 가족들을 위해,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음주까지 경과를 지켜본 후에
기도절개 수술을 할 예정이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우선은 집으로 돌아오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전전긍긍 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고
한 치 앞도 예견되지 않는 이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멈춰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게 이런 힘이 있는줄 나도 알지 못했다.
그저 한 없이 무너져 내릴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벼랑 끝에 몰린 나는
오히려 담담하게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마도 아빠가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겠지.
우리에게도
아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동생의 말이 귀에 맴돈다.
아빠도 아빠의 인생을 정리할 시간,
그리고 우리도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할 시간,
충분함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 그 시간을 지나는 중인건 틀림없다.
갑자기 이러는게 어딨냐고
눈도 보지 않고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이렇게 가버리는게 어딨냐고
울부짖던 주말 밤의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아이를 챙기고,
일을 하고,
그렇게 나의 일상을 더듬더듬 찾아본다.
지난 일주일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큰 충격이 지나갔고,
우리는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이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