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 갈 일이 생겼을 때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던 기억이 있다.
가족을 잃었는데도
문상객들을 향해 웃어보이거나,
가족을 잃었는데도
밥을 먹는다거나,
이런 모습들을 지켜볼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가족을 잃고 어떻게 웃을 수 있고
가족을 잃었는데 어떻게 밥을 먹을까‘
나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상상만으로도 나에게는 해당 없는
남의 이야기만 같았다.
아빠의 심정지, 그리고 의식불명.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심장이 쿵 내려 앉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나 역시 입맛이 없었지만 밥을 먹었고
잠들기 힘들었지만 잠을 잤고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웃기도 했다.
아빠의 시간은 잠시 멈춘 듯 했지만
나의 시간은 여전히 같은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밥을 먹는다고
잠을 잔다고
웃어보인다고
그렇게 겉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듯 보여도
그 모두의 마음속엔 어떤 아픔이 들어있는지
그 힘든 시간을 다들 어떻게 버텨내는지는
타인이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도.
하늘이 무너진 듯
심장이 뻥 뚫려버린 듯 했던 마음에도
살아가기 위해 이내 기어코 적응을 해내는게
인간이라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일상은 흘러가고
언제까지고 멈춰 있을 수 없어
그렇게 다들 시간이 약이라며
하루 하루를 그저 살아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아픔을 받아들여야
지금을 살아갈 수 있고
내게는 여전히
소중한 가족들이 남아있기에.
그렇게 나는
동생의 말처럼
지금이 제일 나은 상황이라 여기며
현실을
아픔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멀지 않아보이는 미래를 굳이 내다보지 않고
너무 멀리 와버린 과거를 더는 후회하지 않고
그저 지금,
아직 아빠는 이 세상에 계시다는 그 사실만 가지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며
그렇게 이 아픈 시간을 꾸역꾸역 삼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