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 플랫폼에 이력서를 등록해 두면 이따금
꽤 솔깃한 자리에 대한 이직 제안을 받곤 한다.
두 번의 이직, 세 개의 회사를 다녀본 결과
아무리 겉으로 남들이 다 우러러보는
삐까번쩍 훌륭한 회사일지라도
그 속사정은 직접 들어가 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쯤은 알게 되었다.
남에게 좋은 회가가
나에게는 좋은 회사가 아닐 수 있고
남에게 그저 그런 회사도
나에게는 좋은 회사 일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회사의 기준이
회사 네임밸류, 연봉, 복지가 다가 아니라는 것과,
무엇보다 관계가 내게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일단 냅다 부딪혀보자는
예전마음가짐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소진된 이후 여전히 회복 중인 마음인데도
이런 이직제안을 받을 때면
마음이 다시 이리저리 분주해진다.
이 자리가 내 자리는 아닐까?
놓치긴 아까운데
그래도 소속 있을 때 이직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새로운 사원증을 목에 매달고
사무실에 앉아 이메일을 들여다보는 나를 상상한다.
다시금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온다.
역시 내 답은 여전하다.
‘아니, 못해, 안 해.‘
나를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해 쉼을 선택했는데
외적인 기준에 휩쓸려
다시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남의 평가에
기대어 전전긍긍 매달리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찔했다.
얼마못가 다시 나가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런 선택을 다시 할 수는 없었다.
명쾌했다.
일을 멈춘 지 거의 두어 달이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나는 휴식이 필요하다.
고민을 멈추고 쉼을 이어가기로 한다.
마음이 혼란할 때
꼭 나와 같은 상황을 딱 반발짝만 먼저 지나가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지나가보니 어떠냐고
생각보다 괜찮냐고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졌냐고
물어보고 답을 찾고 싶은 마음에.
우연히 유튜브 한 영상에서 나와 비슷하게 번아웃을 겪으신 분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일이 하고 싶지 않은 것과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얘기에
마음이 울컥했다.
정확히 그거였다.
내가 작년 말 느낀 감정.
내가 분명 좋아하던 일이었는데, 더 이상 나는 그 일을 이어가지 못하겠다는 마음이었다.
마음이 완전히 소진이 되면
‘다시 한번 해보자’라고 마음먹는
동기부여의 작동 자체가 어려워
멈추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어 보였다.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아픈 날들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었을 내 모습을 떠올리니
지금이라도 내가 나를 위해줘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