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에게도 방학이 있었다면

by Slowlifer

내 동생은 선생님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들으면

‘아 방학 부럽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나는 그랬다.


동생도 이제 선생님이 된 지 10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나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말했다.

‘와, 부럽다.’


그도 그럴만한 게 1년에 두 번 정도 갖는 방학을

그 누구보다 노는데 진심인 내 동생은

매번 최선을 다해 놀기에,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부럽다 못해 짜증이 다 나는 거다.


친동생인데도 이렇게 배가 아픈데 남이라면 오죽할까.


그럴 때마다 나는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하곤 했다.

“나도 선생님이나 할걸 ‘


선생님은 아무나 하나,

임용고시라는 힘든 산을 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그 길 또한 쉽지 않은 길인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누가 그냥 시켜준다고 한 것도 아닌데 부러움에 허세를 부려보곤 했다.




병가를 내고 일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보니

서서히 회사 밖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회사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회사 밖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된 거다.


회사를 다닐 때는

출장이나 외근으로 회사 밖을 나와

평일 낮시간에 지하철이나 카페가 붐비는 걸 볼 때면

‘이 사람들은 일 안 하나, 대체 다 뭐 먹고사나, 팔자 좋네’ 같은

꼬인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었는데

조금만 눈을 돌려보니 내가 얼마나 편협한 세상을 살았나 싶다.


직업이라는 게 참 다양한 건 알았지만

내 편협한 세상 속에는

나도 모르게 회사원이 그 평균값이 되어 있었던 거다.


내 밥벌이 방식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닌 게

어찌 보면 참 당연한 건데 말이다.




어쨌든 또다시 겨울방학 중인 내 동생은

사이드잡으로 프리다이빙 강습을 하는 강사이기도 하다.


집 근처 다이빙풀로 강습이 있어 올라온다고

같이 하자고 해서 어쩌다 그 멤버에 낀 거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어림없었을 스케줄이었다.


평일 오전, 오후 이틀간 나는

동생의 강습 멤버 사이에 슬쩍 얹혀서 강습을 받았다.


화장기 하나 없는 초췌한 얼굴로 겨울 교복을 입고

수영가방을 둘러멘 채 멤버들이 이미 타고 온 차에 카풀을 하는 순간

그 공기가 다름을 느꼈다.


생기라고 해야 할까,

에너지라고 해야 할까.


분명한 건 평일 직장인들 사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기운이었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눈빛도 달랐고,

같은 맨 얼굴인데도 그 빛이 달랐다.


정확히는 지금 나와는 분명 매우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다.


“다들 선생님이세요? “

“네!”


당연하게도 선생님인 동생의 주위에는 선생님이 많다.

내가 세상엔 회사원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던 것처럼

그들 또한 선생님들 세계에 사는 게 분명했다.


그들에게는 평일 오전에 다이빙 풀장을 찾는 것도,

해외여행을 2주씩 가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못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말로 설명 못할 다른 에너지를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들처럼 직장인들에게도 일정 기간별로 방학이 있었다면

지금 나는 이렇게 멈춰 서지 않아도 되었을까?


여전히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적어도 내가 멈춰 선 것에 대하여 완전히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줄 만큼의 여유는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만약에 나도 4개월 일하고 2개월 쉬는 방학과 같은 기간을 가진 직장인이었다면

나에게도 그런 생기가 있었을까?


나에게 던진 질문은 그것이었다.


막연하게는 ‘당연히 그럴 거야’라는 생각이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직장인이 나와 같은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이 멈춰 서야만 정답을 찾는 것도 아닐 테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인생에 있어 지금은 분명히 방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충전할 시간,

고개를 들어 앞으로 달려갈 방향을 잡을 시간.


나는 선생님이 아니기에 2개월의 방학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놓은 것들이 있기에

당분간은 멈춰 있을 선택권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한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런 시간 또한 사치일 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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