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3개월 차, 여전히 제자리

by Slowlifer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분명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몸을 벌벌 떠는 나를 보는 순간 알았다. 아직 나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에서 침대밖을 나서 제법 이것저것 재밋거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기에 마음이 평온해졌나 싶었는데 그저 애써 묻어두고 외면하고 피했을 뿐이었다.


일시적인 대책으로 도망치듯 병가를 내고 숨어버렸지만 달라진 건 내가 회사를 나가지 않는다는 것,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 하나뿐었다.


아직도 관련된 생각만 해도 심장이 뛴다. 기분 나쁘게.


어찌할 도리가 없어 당시 최선의 방법이라 여겼던 휴직으로 일단 도망은 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초조해지고 불안이 엄습한다.


다음이 보이지 않는다.


뭐든 새로운 인생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내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문득 겁이 난다.


불확실성 앞에 마주했던 경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뜩이나 무거운 마음에 부담감이 더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난 얼마든지 지금처럼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든 걸 욕심이라 포기하기엔 아직은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하고 싶은 건 걱정 없이 하며 살고 싶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꾸만 빨리 답을 찾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옥죄고 압박하게 된다.


지금 당장, 이 순간만을 살고 싶은데 끊임없이 불확실한 미래에 가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걱정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어릴 적 내가 봐왔던 그 무기력한 삶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


생각이 많아질 땐 지금처럼 산란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다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본다.


오늘은 명상부터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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