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그것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월급과 나의 9-6 시간을 교환했다.
그리고 휴직, 나는 회사에 저당 잡혀있던 9-6, 9시간을 되찾았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채로 병가를 냈다.
그저 온전히 나 자신을 살피고 싶은 마음뿐이었기에
어떠한 압박과 강박을 허락하고 싶지 않다는 강박을 가지게 되었다.
어렵게 되찾은 시간인만큼 지금 이 순간들을 일분일초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는
새로운 강박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끌림에 따르기로 했다.
그게 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 끌림이라는 건 남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치열하게 사느라, 내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사느라,
내 안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나는 희미할지라도
‘끌림’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것 중에 하나가 명상이었다.
새로운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나를 새로운 곳에 데려다 놓았다.
그저 ‘좋다’라는 느낌은 ‘조금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이내 ‘한번 해보지 뭐’라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명상지도사자격 과정을 등록하였다.
강의 첫날,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27명의 개인들의 사연에 왜인지 자꾸만 울컥했다.
내가 살던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마치 내가 부적응자가 된 것만 같은 마음에
자주 흔들렸었는데, 울타리 밖에 발을 내딛는 순간 깨달았다.
사는데 정답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살면서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꾸밈없는 자기소개를 하였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돈을 좇아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문득,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어요.
멈춰야 한다는 걸 느꼈고, 스스로 ‘도망’이라고 생각하며 쉼을 선택해서 현재 휴직 중이고 곧 퇴사 예정입니다.
처음으로 저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기에 제가 정말 원하는 걸 하고 싶었어요.
자연스레 요가와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 강의를 보게 되었어요.
저는 저와 비슷한 친구들이 주변에 참 많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이 아닌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열심히 달리다 어느 순간 멈춰 서게 되는 친구들이요.
이 강의를 들으면 저도 저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고,
나아가 저와 같은 친구들에게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저 자기소개에 나의 지금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나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앞으로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 지는.
하지만 적어도 희미하게나마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알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
나처럼 어느 순간 제발 멈추라는 신호를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많은 불안과 고통을 꾸역꾸역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기에.
나 또한 평생 숙제로 나 자신을 알아갈 테지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나와 같이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조금씩 늘려갔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남의 인생에 참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나도 나를 참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