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고립, 그리고 인간관계 단절

by Slowlifer

집에선 식물을 가꾸고 요가와 수영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제법 괜찮아 보이듯 지내고 있다.


스스로도 하루를 돌아볼 때 어떤 때는 제법이나 평안을 찾은 듯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 돌덩이는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는 이 문제에 집중하면 할수록 내가 침체되는 기분이라는 거다.


애초부터 답이 없는 문제였던지 틈만 나면 답을 찾아 헤매는 나는 이렇게 단순한 환경에서도 여전히 내면의 에너지가 늘 부족하다.



내가 힘들 때마다 공통적으로 취했던 방식이 있다. 1번 문제로부터의 회피, 2번 인간관계로부터의 자발적 고립(자발적 고립이라 표현했지만 나는 이게 대인기피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모든 문제를 직면할 에너지도, 사람들을 예전처럼 마주할 에너지도 없어서일 거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도 않고 내 인생에 큰 관심도 없는 걸 아는데 내가 스스로 초라해질 때면 나는 끝도 없이 땅굴을 파고 파서 깜깜한 땅속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으면서도 바깥세상을, 그 관계들을 그리워한다.


나는 외향인이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아이러니다.

이런 내가 너무 힘들 땐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어렵다. 알던 사람들, 나를 아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시기에 오히려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또 그럭저럭 괜찮다.


이건 아마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여전히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라서 내가 초라할 땐(이 역시 나 스스로 평가한 거란 걸 안다) 남들 앞에 나서기 싫은 거다.


엄마가 고등학교 동창회를 나가지 않던 이유가 지금의 나와 같았을까.



어제는 내가 좋아하던 시간 속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나는 시간이 되기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아이를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그 선택도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가장 나다웠던 내 모습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나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의심.

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왜 이렇게 된 건지,

회복할 수는 있는지.


괴로운 마음을 달랠 방법을 도통 찾을 수 없었던 긴 밤의 여운은 하루를 넘겨 오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좋아하는 걸 많이 찾아놨는데, 여전히 겉돌고 있는 느낌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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