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5일은 월급날이다.
특히 3월 25일은 전년도 성과급이 포함되어 지급되는 날이기에 통장에 찍히는 액수는 결코 적지 않다.
10년간 참 열심히도 일하며 내 몸 값을 키워왔다. 몸값을 올려야지 작정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했더니 몸값은 자연히 올라있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너무나 커 보였던 꿈의 연봉의 두 배가 넘는 월급쟁이가 된 지금 나는 그 월급을 버릴 각오를 하고 병가 중이다.
감흥이 없었다.
나를 잃은 대가로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숫자는 나를 되려 억누르고 옥죄였다. 월급이 오를수록 무서웠다. 이게 결국 내 발목을 잡을까 봐 너무 두려웠다. 이 정도 돈은 당연하게 내가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게 싫었다. 끝없이 갈망하며 만족할 줄 모르며 늘어나는 숫자에도 무감흥한 사람이 되는 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내가 숫자 따위 무시하고 살만큼의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이 아니기에 나는 완전히 월급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사실 숫자를 무시할 수 있었다면 내 마음이 망가진 걸 알아차렸을 때 나는 병가가 아닌 퇴사를 선택했어야 했다. 그게 정말 나를 위한 길이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바로 오늘, 3월의 월급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멈춰야 했지만 다른 곳으로의 이직 또는 다른 일을 당장 시작할 수 없는 고갈된 상태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너무 구차하고 괴로웠지만 현실적인 거라 스스로 위로를 해왔다. 별 효과는 없었지만 어떻게 시간은 흘렀고 나는 기어코 그 월급을 받아냈다.
예상대로 기분이 좋지 않다.
나의 깊숙한 곳에 있는 무언가와 바꾼 값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나는 조금 더 나를 바라보고 가만히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벌었다.
사는 게 호락하지 않다.
어느 하나 공짜는 없다는 어른들의 말은 야속하게도 역시 틀린 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