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진 줄 알았던 마음인데
전혀 괜찮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저 잠시 그 불편함으로부터
회피를 했었을 뿐
안 보고 안 들으며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 했을 뿐
승인된 병가기간은 3개월.
만료일이 다가오자
회사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을 자주 해온다.
회사에서 연락을 받는 것만으로
더 이상 회피가 불가능함을
인정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걸 느낀다.
회사로 돌아갈 수 없다.
회사 생각만으로도
다시 그때와 똑같이 몸과 마음이 반응한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무기력해서 무엇하나 집중할 수 없고
불안증세가
무서우리만큼 금방 다시 올라왔다.
선택을 미룬 결과이다.
우선은 도망치는데 급급해
중요한 결정을 미뤄두었다.
나는 아직 퇴사자가 아니다.
그 말은 아직 또 한 번의 결정이 남았단 뜻이다.
마음만 먹으면 회사로
돌아갈 수 있지만 돌아갈 수 없다.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아무 일 없었던 듯 나는
다시 9-6 회사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병가를 내는 순간
퇴사를 결심했지만
공식적인 퇴사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에
그 사실 자체가 나를 짓누른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나를 짓누르고 있는 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여전히 내려놓지 못한
나의 욕심이라는 걸.
다름 아닌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나를 괴롭힌다.
당장 일은 하진 못하겠고
병가 연장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
그 선택은 또 다른 회피의 시작인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괴롭다.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겠다 해놓고
결국은 금전적인 문제에 묶여
끝도 없이 욕심을 부리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아마도 남편이, 아이가 생기기 전이었다면
고민거리도 아니었을 텐데
책임감과 미안함이 자꾸만 내 발목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