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내고 내가 요즘 하는 일

by Slowlifer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그냥 내 몸이 내 말을 안 들었고 머릿속엔 그저 멈춰야겠다는 생각뿐이었기에 병가를 내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침대에 계속 누워 있는 일뿐이었다.


이게 우울증의 대표 증상인 무기력이구나 싶었다.


일어나야지 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쪼그리고 누워 손가락만 까딱까딱 의미 없는 스크롤링뿐이었다.


어머님이 계시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가끔은 몸을 일으켜 세워놓기도 했지만 그것마저 너무 힘들어 나중에는 어머님이 어두컴컴한 방문을 열어 들여다보시는데도 그대로 누운 채로 힘없이 대꾸해야 했다.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우울증 이런 건 나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가끔 무기력할 때가 있었어도 이렇게 모든 걸 놓아버려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완전히 소진된 적은 없었다.


그렇게 10여 일 정도 지났을까 슬슬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불 밖으로 나오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 반가워 나 스스로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

다시 이불속으로 파묻히지 않게 나를 재밌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끌리는 걸 하기로 했다.


이참에 미뤄뒀던 요가를 해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시시각각으로 요동치는 감정선에 마음이 변해 다시 누워버리기 전에 바로 상담 신청을 하고 요가원을 방문했다.


군더더기 없는 커다랗고 깔끔한 공간과 선생님의 느긋한 말투에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등록을 했다.


그렇게 요가를 시작한 지 3주째.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몸이 아프나, 피곤하나 나는 요가원으로 출근을 한다. 내가 이렇게 끈기가 있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요가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매일매일 고통을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매일매일 숨을 제대로 쉬는 연습을 한다.

매일매일 변하는 내 몸 구석구석을 관찰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오직 내게 집중하는 일뿐이다. 외부 소음을 걷어내고 조금씩 평온을 찾는 내 모습이

좋아서 서서히 요가에 빠져들고 있는 요즘이다.


멈추고 나니 모든 게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는데, 멈추고 나니 자연스레 끌리는 것들이 있다. 지금 내게는 요가, 수영, 식물, 명상, 글쓰기가 그런 것 들이다.


여전히 불안하다.

여전히 마음속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아무렇지도 않게 이전의 삶으로 되돌려놓아야 하나 갈등을 한다. 그렇지만 결국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No.”


나는 병가를 통해 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두 달이 남았다. 두 달 뒤에는 다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직감적으로 나의 남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인지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힘주어 또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거다.


세상이 말하는 것 말고, 내가 말하는 제대로 된 내 인생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끌리는 것 외의 모든 것들은 내 삶에서 배제한 채 주어진 지금 이 시간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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