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가 어떻게 세모가 되겠어

생긴 대로 살아야지

by Slowlifer

돌이켜보면 참 부단히 도 노력했다.


어릴 적부터 청개구리 본능이 있었던 나는 나름 내 기준을 가지고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되바라졌다 여길지 몰라도 그게 나였다.


그런 나도 사회생활 10년 차에 접어들며 이리 깎이고 저리 깎이며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그 ‘사회생활’이라는 걸 해보겠다고 무리수를 뒀다.


납득이 안 되는 일 투성이인데도 시종일관 “네, 알겠습니다.”로 대응했고, 그게 남들이 말하는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이며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적절한 타협점이라 생각했다.


나는 나를 잘 몰랐던 것이다.

그건 결코 나를 위한 타협점이 아니었고 나를 서서히 망가뜨리고 좀먹게 하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나는 나를 완전히 잃고서야 고장이 난 나를 발견했다.


수없이 많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동안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주체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메일 하나 쓰는 것부터 컨펌을 받아가며 그 누군가에게 길드는 동안 나는 나의 색을 잃어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물이 났고, 랩탑을 켜서 끄는 순간까지 불안에 시달렸으며 간단한 메일 한통 혼자 쓰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장소불문 울컥울컥 눈물이 터지는 순간 알았다.


‘나 진짜 고장 났구나’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로 살아야 한다. 동그라미가 세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지금 나는 나를 좀 더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영혼 없는 ”네 알겠습니다 “가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반기를 들 배짱은 없어도 적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 소심한 반항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그냥 동그라미로 살아갈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세상이 말하는 사회생활, 한번 해봤으면 그만이다. 세상에 나를 잃으면서까지 해야 할 사회생활이 어디 있단 말인가.


생긴 대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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