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일로 일정을 한번 잡아보세요

by Slowlifer

긴긴 겨울을 지나 드디어 봄이 온 건지

벚꽃이 하나 둘 흐드러지기 시작한다.


이 좋은 계절 마음이 바닥이니

더 많이 움츠러드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봄.


이렇게 우울해하며 집안에만 있을 수 없어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세워 나를 밖으로 꺼내본다.


오늘은 병원 진료가 있는 날.

병원까지는 지하철로 5 정거장.


네이버지도상으론 걸어가면 2시간이 걸린다는데

지금은 걷기라도 해야 살겠단 마음이 들어

진료시간 두 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혼자 걸어서 빨리 걸었던지

한 시간 반 만에 도착을 했다.



오늘은 병가연장을 위한 2차 진단서 발급일이었다.


사실 병가 시작 때부터

기간 연장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예정된 절차였음에도

마음은 싱숭생숭했고

또다시

내가 이대로 사회부적응자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마음들이 올라와 무서웠다.


어디서 맞고 들어와 엄마한테 이르는 아이처럼

선생님 앞에서 눈물이 터져버렸다.


“불안해서 죽겠어요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좀처럼 감정을 보살핌 받는 느낌은 없었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진료였었는데

왜인지 오늘 선생님은

내가 진정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셨다.


“우선 약을 조금 증량해보죠.

복직을 하고 안 하고는

사실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단지 일상생활 마저 어려워지게 되는걸

저는 원치 않아요.

차근차근 내가 기분이 좋아지는 일로

우선 일정을 잡아서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요? “


복직을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왜 그렇게 위로가 되었을까.


애써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

그 이전에 내 마음부터 추슬러도

괜찮다는 말 같아서 또 한 번 울컥했던 마음이다.


사실 심리상담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같았다.


얼마 전 상담선생님께서 구직을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던 그 말도

결국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말이었고

의사 선생님의 말도 마찬가지 의미였다.


자꾸만 안으로만 숨으려 할수록

증상이 악화되는 건 나 역시 느끼고 있기에

이제는 그 말을 좀 들어보려 한다.


‘일부러’ 일정을 만들어

내가 긴장하지 않을 편안한 환경에

나를 내놓는 것.


앞으로 내가 우울 늪에

더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다.


쉽지 않겠지만

봄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봄이니까.


다시 한번 힘을 내보고 싶다.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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