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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Jan 22. 2023

Lunar New Year

vs Chinese New Year


어느새 구정이다.


올해는 구정이 유난히 이르다. 

외국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몇 년간은 설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왠지 서글프고 허전했다. 남편이 옆에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잊지 않고 한국 식당에 가서 밥 먹자, 라고 하는 게 그의 최선이었기에.


그렇게 몇 년이 흐르자 날짜를 세지 않게 되었다. 여기는 공휴일이 아니니 똑같이 출근을 하고 일상을 보내다 보면 깜박하기 일쑤였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떡국을 끓인다거나 손이 많이 가는 명절 음식을 하는 건 왠지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 같았다.


뉴질랜드는 다민족 국가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유러피언이 70.2%로 가장 많고, 마오리가 16.5%, 아시안이 15.1%로 그 뒤를 바짝 따른다.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민족이 이곳에 정착해 산다. 아시안 중에서는 역시 중국인이 가장 많다.


중국인들의 파워는 여기서도 남달라서 Chinese New Year 행사도 많고 때로는 거금을 들여 불꽃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래 다 좋다. 사람들에게 문화를 알리고 함께 축하하고. 그런데 사람들이 나에게 '너희도 Chinese New Year를 쇠니?'하고 물으면 속이 부글부글, 이를 악 물고 웃으며 '응, 근데 우린 Lunar New Year라고 해.'라고 받아친다. 올해도 똑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심지어 중국인 동료에게서.

너도 알다시피 난 Chinese가 아니거든, 생각을 좀 하고 말을 하라고! 


하지만 그 와중에 Happy Lunar New Year라고 인사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도 중국인이다. 진짜 별 거 아닌데 적당한 단어를 골라 써준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품이 드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작은 것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Lunar New Year가 Chinese New Year를 대체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Happy Lunar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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