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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Mar 26. 2023

Made in Korea

나는 이방인일까?


나는 이방인이다.


한국에서 한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하며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식으로 살았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느냐고 묻는다면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사에도 한국지리에도 한국 정치나 경제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한국의 크기나 서울의 인구, 일제 강점기나 한국 전쟁에 관한 세부사항들도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사람들이 자꾸 묻다 보니 그제야 찾아보고 배우고 기억하게 되었다.


남편은 내가 ‘코리안 키위’라고 말한다. 한국 출신이지만 이제는 뉴질랜드 사람이라는 말인데 그럴 때면 나는 항상 '아니, 난 한국인인데'라고 반박한다. 나 스스로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한국에서 살 때 나는 정말 작은 우물 안에서 살았다. 가던 곳만 가고 먹던 것만 먹고 만나던 사람만 만났다. 그렇게 계속 한국에서 살았다면 여전히 모르고 있을 것들을 이곳에 와서 많이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지,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 한국에서 살아온 대로 살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작은 문제에 전전긍긍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신경 쓰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살았을 게 뻔하다(안타깝게도 지금도 안 그렇다고는 못 하겠지만 전보다는 훨씬 덜하다).


100% 한국인, 이라고 소리 높여 말하는 내가 과연 한국에서도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까? 다시 그 사회에 들어가 살라고 하면 과연 살 수 있을까? 부모님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는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막막해진다. 


나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도 멀어진 이방인이기 때문에.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못한 나라는 사람은 다르게 보면 어느 사회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자신 없고 흔들리는 나여도,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는 사람,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 세상을 좀 더 유연하게 바라보고 거침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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