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워요. 정말 부러워요.
나는 체력이 저질이다. 운동은 애초에 젬병이어서 남들 다 만점 받는 체력장에서도 만점을 못 받은 구제불능이었다.
그래도 온 힘을 다해 배드민턴도 치고 한 개도 못하던 윗몸일으키기도 몇십 개는 쉽게 할 정도가 됐었고 요가도 꾸준히 일 년 이상 해보았지만 타고난 체력은 그대로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운동을 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보다는 에너지가 좀 생기기는 하나 피곤한 건 그대로라는 거다.
나는 엄마를 빼닮았다. 우리 엄마는 명절이면 방바닥에 신문지를 쫙 깔고 전을 부치다가도 피곤하면 방에 들어가 낮잠을 자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를 닮은 나도 강아지들과 차를 타고 나가 산으로 바다로 한두 시간 걸은 날이면 집에 돌아오는 길, 남편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정신을 잃고 헤드뱅잉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부럽다. 체력을 타고난 사람들은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하루에 네다섯 시간만 자도 다음 날 생활이 되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고3 때도 여섯 시간은 자야 했던 나였기에. 지금은 여덟 시간이 내 평균 수면 시간이다. 열 시 반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여섯 시 반에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시간에 연연한다. 특히 식사 시간, 취침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팔을 직각으로 만들어 앞뒤로 움직이며 '12시 반 점심시간, 6시 저녁 시간, 10시 반 취침 시간' 하며 로봇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자면 참 어이가 없어 한마디 쏘아붙이지만 또 아예 틀린 말은 아니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요즘엔 따로 하는 운동이 없다. 대신 강아지들 산책을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시켜 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면 합쳐서 대략 한 시간쯤 걷게 되는데 빠르게 걷지 않아서 그다지 운동이 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나의 죄책감을 씻어주기엔 충분하다.
체력은 그대로다.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도 여전히 달고 산다. 그래도 뭐 안 하는 것보단 걷기라도 하니 다행이다, 하는 나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체력이 좋은 내 친구는 자기 같은 사람이 한 방에 훅 간다며 나는 분명 '골골 백세'라고 하는데, 이거 좋은 말 아닌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