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이라고도 하죠?
잠이 깨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다섯 시. 평소라면 아직 한 시간 반은 더 잘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지난 두 시 데이라잇 세이빙(일조 절약 시간제)이 끝났다. 아니, 시작한 건가?
한국에서는 이제 없어진 서머타임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매년 3월 말과 9월 말쯤 시간이 바뀐다. 새벽 두 시(왜 새벽 두 시일까? 새벽 두 시쯤엔 사람들 모두 꿈속에 있을 거라고 누가 정한 걸까?)에 한 시간 늦춰진(늦춰진 게 맞나?) 시간 때문에 지금은 새벽 다섯 시 반이지만 어제까지는 여섯 시 반이었다.
시간이 당겨지는 건지 늦춰지는 건지는 항상 헷갈린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도 시계침을 앞으로 돌려야 하는지 뒤로 돌려야 하는지에 서로 다른 의견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 기억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없다. 우리에게는 시간을 알아서 바꿔줄 휴대전화가 있으니까. 그 시간에 맞춰 전자레인지나 오븐, 벽시계의 시간을 바꾸면 된다.
아무튼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떠 이런 생각을 하던 나는 잠에서 완전히 깨버렸다. 그 와중에 원래 기상 시간인 여섯 시 반(이제는 다섯 시 반)까지는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누워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러다가 공짜로 생긴 한 시간을 버리긴 아깝다는 생각에 이렇게 책상에 앉았다.
오늘은 한 시간이 덤으로 생겼지만 10월 1일에는 한 시간이 사라질 예정이다. 그때는 한 시간을 덜 자야 하니 또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겠지.
아직도 70여 개 국가가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극지방에 가까운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뉴질랜드도 남극에 가까워서 여름에는 다섯 시쯤부터 환해지고 아홉 시가 넘어야 깜깜해진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가 해변을 산책하며 석양을 바라보는 일도 가능하다.
하지만 겨울이 문제다. 낮이 벌써 많이 짧아져서 여섯 시쯤이면 어둑어둑해지는데 한 겨울엔 5시쯤이면 이미 깜깜하다. 시간을 바꿔 아침에 너무 깜깜하지 않은 것은 괜찮다. 하지만 오후 시간이 짧아진다는 건 조금 아쉽다. 나에게는 되도록 일찍 퇴근을 해서 해가 지기 전 강아지들을 산책시켜야 한다는 미션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노르웨이에 갔을 때 숙박비를 아끼려 차박을 하는데 밤 10시가 되어도 환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긴 하루가 참 난감했다.
이제 여섯 시, 이렇게 시간을 세는 것도 오늘뿐이다. 당장 오늘 밤부터는 또 자연스레 이 시간에 맞춰 살게 될 거다. 열 시 반에 취침, 여섯 시 반에 기상.
시간을 번 것 같지만 번 게 아니고 잃은 것 같지만 잃은 게 아니다. 결국 변한 것은 없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나에게 달렸으니까.
신체 시계는 아직 그대로인 게 확실하다. 배가 고픈 걸 보니. 아침을 먹고 제대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다들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