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면 충분해요.
요즘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을 해결하고 간단히 씻고 강아지들에게 목줄을 매고 집을 나선다. 오늘처럼 아침 햇살이 눈부신 날이면 기분이 더욱 좋다.
아침 산책은 저녁 산책보다 여유롭다. 길에 차도 사람도 별로 없어서다. 저녁 산책을 할 때면 차가 오는지 잘 보고 길을 건너야 하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는지 다른 강아지들, 고양이들은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아침에도 물론 이런 것들에 오감을 열어놓아야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여유가 있다.
산책 코스는 집을 나서서 찻길 옆 보도를 따라 쭉 걸어 우리 집 뒤쪽에 있는 큰 공원의 반대쪽 입구로 들어갔다가 집 근처 출구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경로다. 처음엔 그 반대로 집 근처 입구로 들어가서 먼 쪽 출구로 나오는 방식도 시도해 보았지만 돌아올 즈음엔 출근하는 사람들, 학교 가는 학생들이 많아 길 쪽으로 돌아오는 것은 피하기로 했다.
오늘은 하늘이 높고 파랗다. 언제나처럼 바람이 꽤 불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아침이다. 바람 때문인지 하늘 높이 있는 깃털구름들은 가만히 자리를 지키는데 그 아래 조각구름들은 빠르게 한쪽 방향으로 줄지어 이동한다.
듣고 있던 팟캐스터의 목소리 사이사이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긴 새가 참 많다. 어떨 땐 귀가 따갑다고 느낄 정도로 시끄럽게 재잘거린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보통은 걸으면서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듣는다. 가끔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새소리와 바람소리, 물소리를 듣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머리를 떠돌던 수많은 생각이 사라진다. 걱정하던 일들도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 넓은 세상, 티끌 같은 내가 품은 티끌 같은 걱정.
아침 어스름 해가 뜰 때, 저녁 어스름 해가 질 때쯤엔 토끼들이 가끔 얼굴을 내민다. 귀를 쫑긋 세우고 앉아 있기도 한다. 우리가 가까이 갈 때까지, 우리가 거기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그렇게 앉아 있다가 강아지들이 뛰기 시작하면 그제야 도망간다.
토끼는 진짜 빠르다. 이리저리, 나무 사이로 긴 풀 사이로 쏙쏙 잘도 뛴다. 우리 강아지들은 저 쪽으로 뛰어갔는데 이 날쌘 친구는 내 앞으로 나와 그들이 간 쪽을 슬쩍 보고는 반대쪽으로 뛴다. 쯧쯧, 혀를 차며 아이들을 불러 다시 걷기 시작한다.
공원을 나오며 아이들에게 다시 목줄을 맨다. 이제 아이들도 안다. 어디서 자유롭게 뛸 수 있고 어디서 천천히 걸어야 하는지. 기분 좋게 걷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오늘도 해냈다는 자그마한 보람과 좀 더 걷고 싶은 아쉬움이 함께 든다. 이때가 딱 좋다. 오늘을 살아낼 힘이 생기는, 딱 그만큼.
오늘도 좋은 시작,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