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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Feb 21. 2023

관심이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다


외국에 살게 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 갇혀 살았었는지 깨달았다. 그만큼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여전히 나는 못 보고 지나치는 게 너무 많다. 나는 길치인 데다 시야가 좁아서 아는 사람이 지나가도 못 보고 지나치곤 한다. 내가 진짜 잘 보는 게 있다면 그건 동물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산책하는 개들은 그렇게 잘 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종종 농담으로 내 몸에는 doggydar(doggy와 radar의 합성어?)가 장착되어 있다고 말하곤 한다.




내가 이렇게 동물들을 잘 보게 된 건 강아지,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부터다. 반려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 아이들이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남다른 애정을 나누게 되면서 달라졌다. 이제는 모든 동물이 사랑스럽다.


뉴질랜드에 와서 알게 된, 친구 하나는 강아지를 키우기도 했었고 동물만 보면 귀엽다고 난리였다. 하루는 같이 길을 걷는데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날개를 파닥이며 흙목욕을 하고 있는 참새를 가리켰다. 그때 나는 흙목욕이 뭔지도 몰랐는데 친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너무 귀엽지 않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그냥 그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었다. 언젠가 친구가 네가 이렇게 변할 줄 어찌 알았겠냐며, 그때 내가 자기를 '쟤 뭐야'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고 했다.


이제는 내가 그 친구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동물을 신경 쓰게 되었다.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면 자동으로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고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만나면 쪼그려 앉아 등을 쓰다듬고 새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비 온 뒤 지렁이가 길가에 나와있으면 혹여 말라죽을까 얼른 나뭇잎을 떼거나 나뭇가지를 주어 조심스레 젖은 땅으로 옮겨준다. 집 안에 들어온 파리, 나방, 거미 등도 창문을 열어 내보낸다. 단 하나 거리낌 없이 살생을 하는 게 있다면 바.퀴.벌.레.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고등학교 때 친구가 학교 다닐 때 길고양이가 사고를 당해 뒷다리를 질질 끌며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그때도 길고양이가 있었냐고 반문했다. 그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관심이 없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던 거다.


오래전에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오빠가 군대를 갔을 때 길에 군인이 그렇게 많이 보이더라고. 그 해 갑자기 군인이 많아질 이유는 없었으니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관심이 없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던 것.


아이를 안 좋아하던 사람이 자기 아이를 가지면 세상 모든 아이가 예뻐 보인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다. 관심을 가지면 눈에 띄고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간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 세상을 살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나이가 더 들어 내 머리가, 가슴이 더 굳어버리기 전에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 그러니 세상에 좀 더 관심을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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