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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Feb 15. 2023

싸이클론 가브리엘


싸이클론 가브리엘이 뉴질랜드를 덮쳤다.


지난 주말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이 이야기뿐이었다.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월 말 예상치 못한 폭우로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가 물에 잠기고 사람도 4명이나 사망했다. 어떤 자연재해가 그렇듯 피해를 복구할 시간이 필요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이 예보된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 웰링턴은 월요일 낮까지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가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워낙 바람이 많이 불기로 소문난 웰링턴인지라 이 정도 비가 오면서 바람이 부는 일은 흔한 일이었기에 '이 정도면 뭐'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학교 수업을 재량에 맡긴다고 하니 문을 다 닫게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이번 태풍은 보통 뉴질랜드로 오는 여느 태풍과는 방향이 달라 나무가 쓰러질 수 있으니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하고, 직장에서는 어제 하루 동안 세 번이나 전체 메일을 보내 날씨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당부했다.


밤새 바람이 불고 비가 왔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지 기온도 뚝 떨어졌다. 뉴질랜드 남쪽은 남극이라 남쪽 바람이 불어오면 공기가 얼음을 머금은 듯이 차갑다.


어딘가에서는 사람이 죽고 전기가 끊기고 한순간에 집이 무너져 내리는데, 어딘가에서는 사람들이 서핑을 한다.


나도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냥 무뎌서인지 이런 자연재해가 일어나도 조금은 남일처럼 바라보는 일이 종종 있지만 서핑은 좀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태풍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조해야 할 인력이 서핑을 하는 사람들에게 분배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람 소리, 빗소리가 스산하다.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이 시리다. 100년 만에 온 최악의 태풍, 가브리엘이 이제는 슬슬 물러가 주기를 인명피해, 재산피해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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