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의 외침
세수를 해야 한다.
욕실에 들어와 문을 닫고 이를 닦으려는데 고양이가 운다. 야옹야옹. 그러고는 문을 박박 긁는다. 어느새 또 한 녀석이 합세한다. 그들의 대화가 들리는 것 같다.
- 엄마 어디 갔어?
- 여기 들어갔는데 안 나와.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 엄마? 엄마?
- 우리가 엄마를 구해야 해.
- 문을 열자!
- 엄마! 엄마!
문을 여니 두 녀석이 쪼르륵 욕실로 들어온다.
들어오고 나면 이미 나는 안중에 없다. 욕실 매트에 드러누워 만져달라고 시위하거나 세면대에 올라가 수도꼭지에 대롱대롱 달린 물방울을 할짝거린다.
평소엔 내가 그렇게 애원하며 불러도 안 오는 것들이 꼭 이럴 때만 와서 아는 척을 한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도 마찬가지다. 의자 뒤에서 목쉰 소리로 쳐다볼 때까지 야옹거리거나, 책상 위에 올라와 키보드를 마구 밟고 털을 흩날리며 내 컵에 든 물을 마신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안 오다가 뭔가 하려고 움직이면 그제야 다가와 나를 들어 올려 안으라며 고함을 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 인생은 그들에게 저당 잡힌 지 오래니까. 문을 열라면 열어 드려야 하고, 안으라면 안아 드려야 한다. 내 다리에 몸을 쓱 비비면 등을 쓰다듬어 드려야 한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고양이들. 그래서 우리를 '집사'라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