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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Mar 06. 2023

아침 냄새


요 며칠 아침 공기가 선선하다.


뉴질랜드 치고는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가고 있나 보다. 한창 더울 때는 이 더위가 언제 가시려나 싶었는데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에 어느새 가을이 오는가, 아쉬운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침에 눈을 떠 정원으로 강아지들을 내보낼 때면 차갑고 물기를 머금은 공기가 내 몸을 감싸고 풀냄새, 흙냄새, 이슬냄새가 뒤섞인 아침냄새가 난다.




눈을 감으면 시골 할머니 집이 떠오른다. 노란 장판, 창호지를 붙인 문에 동그란 문고리가 달린 옛날 집. 어릴 적 우리 식구 다 같이 할머니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나면 나던 아침냄새다.


나는 어릴 때 기억이 많지 않지만 이상하게 이 냄새는 또렷이 기억난다. 낯선 방에서 눈을 뜨고 어색함에 눈을 비비다 보면 밖에서 동네 어른들이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소리가 들려오고, 문을 살짝 열고 밖을 내다보면 차가운 아침 공기와 그 냄새가 내게 훅 달려들었다.


나는 할머니에 관한 추억이 거의 없고 시골집에 관한 기억도 별달리 없다. 하지만 이 장면은, 소리는,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게 참 좋다.




찬 아침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쉬고 내쉬며 산과 하늘이 맞닿은 선을 바라보다 보면 하루를 시작할 힘이 생긴다. 오늘도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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