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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Mar 19. 2023

감기에 걸렸다

콜록콜록!


요 며칠 날씨가 쌀쌀하다 했더니 결국 감기에 걸려버렸다. 지난 목요일 저녁에 행사가 있어서 나름 긴장해 있다가 늦게 집에 들어왔더니 금요일 아침부터 목이 간질거렸다.


나는 옛날부터 기관지가 약해서 몸이 안 좋아질라치면 목이 가장 먼저 안다. 그렇게 시작된 불안한 느낌은 토요일이 되자 심해졌고 그제야 감기구나 싶었다. 목이 간질거리다 못해 마른기침이 조금씩 나왔다.


목소리를 크게 내면 기침이 나오는 탓에 조용조용 말을 했더니 남편은 반기는 눈치다. 내 목소리는 어쩔 땐 내가 듣기에도 짱알 짱알 시끄러워서 나는 평소대로 말했는데도 남편은 짜증이나 비난이 섞인 소리로 듣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짜증이나 비난이 섞인 경우도 많긴 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조차 그렇게 들린다는 건 진짜 억울하다!




어제 별 거 안 하고 그렇게 몸을 사린다고 사렸는데 오늘은 더 심해졌다. 마른기침을 넘어 쿨럭쿨럭 할아버지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머리 꼭대기에 추를 단 듯 고개가 자꾸 꺾이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는다.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가 싫어 안대를 끼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누워있는 나를 밥 달라고 질겅질겅 밟고 다니는 고양이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찬장을 열고 유통기한이 언제였는지도 모를 비타민 씨를 세 개 꺼내(보통 때는 한두 개, 회복용이라면 세 개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입에 털어 넣었다.


강아지들, 고양이들 밥을 주고 나자 잠시 평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여느 날처럼 토스트 두 쪽과 커피를 한 잔 하니 조금 나아진 느낌도 드는 듯했지만 그것도 한순간, 아니다 난 쉬어야 한다.


그래도 좀 인간답게 이라도 닦고 얼굴에 물칠이라도 해야지 싶어서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를 닦았다. 세수를 하려고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봤는데 아! 얼굴이 십 년은 늙었다. 온 세상의 근심이란 근심은 다 가진 얼굴. 얼굴을 살피다 보니 백만 년은 정리 안 한 눈썹이 눈에 들어온다. 내일 출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눈썹은 정리해야겠다. 아픈 와중에도 외모를 신경 쓰는 나는야 현대 여성.




뉴질랜드는 감기 정도로는 병원을 가지 않는다. 아니, 가봐야 소용이 없다. 그냥 약국이나 마트에만 가도 살 수 있는 해열 진통제만 처방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 많이 마시고 푹 쉬라고 한다. 눼눼.


한 번은 심한 기침감기에 걸려 폐를 토할 듯 기침을 했다. 급기야 기침할 때마다 가슴 바로 아래 갈비뼈가 너무 아파 병원에 갔다. 의사는 기침하다 갈비뼈에 금이 간 것 같다고 했다. 금이 갔어도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기침이 나오면 아픈 쪽 옆구리를 살짝 잡고 기침을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엑스레이도 찍어주지 않고 다른 처방도 해주지 않았다. 방법은 오롯이 버티는 것뿐.


뉴질랜드에 오고 한 동안은 아프면 너무 서러웠다. 엄마도 보고 싶었고 혼자 이러고 있는 게 서러웠다. 너무 아파 걸을 수가 없어 기어 다니며 엉엉 운 적도 있었다. 한국이었으면 약이라고 씨게 받아먹을 수 있을 텐데, 링거라도 맞을 수 있을 텐데, 생각했다. 참 서러웠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다. 환경에 맞춰 사는 수밖에. 그래도 아프면 서럽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게다가 일요일. 억울하다. 아프려면 평일에 아파서 병가를 내고 쉬어야 하는데. 아쉽다.


네이버에 감기를 검색해 봤다. 느낄 감(感)에 기운 기(氣) 자를 쓴다. 난 여태껏 감기가 '감소'할 때 '감'자를 쓰는지 알았다. 무식이 들통나는 순간이다. 그래도 괜찮다. 한자가 내 강점인 적은 없었다. 난 한글을 사랑하는 현대 여성이니까.


정신이 없으니 글이 시작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미친년 널뛰기 하듯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다시 누워야 할 때인가 보다. 물도 더 마셔야겠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아프면 나만 손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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