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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Mar 17. 2023

춥다, 추워!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새벽 다섯 시면 날이 밝아왔는데 어느새 아침 일곱 시가 넘어서야 날이 어스름해진다. 낮이 되면 목청 터져라 울던 매미 소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잦아들었다.


한국은 점점 따뜻해져서 덥다는 말까지 나오던데 뉴질랜드는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하다. 요즘엔 자다가 추워서 깨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제 두꺼운 이불을 꺼내야겠다고 하니 남편은 '왜 자기 딱 좋은데'라고 맞받아친다.


남편은 자기가 북잉글랜드 출신이어서 단열이 잘 되어 있다고 말하곤 한다. 반면에 나는 어려서부터 추위를 많이 탔다. 사시사철 수족냉증을 달고 살았고 겨울이면 귀랑 코가 시리다.


뉴질랜드는 날씨가 한국보다 완만하다. 특히 내가 사는 도시 웰링턴은 바람이 많이 불어 여름에도 30도 이상으론 잘 올라가지 않고 겨울에도 영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오존층이 없어 여름 해는 치명적이지만 그늘로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기 때문에 눈 비스므레 하게 살짝 언 비만 내려도, 그 비가 우박과 섞여 바닥에 쌓이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눈이 왔다며 아주 신나 한다.




처음 뉴질랜드 땅을 밟은 건 8월이었다. 겨울이기도 했지만 기온에 비해 내가 느낀 추위는 엄청났다. 너무 추워서 한국에서 갖고 온 패딩을 벗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추운 데도 홈스테이 할머니는 집에 곰팡이가 생긴다며 24시간 창문을 조금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집에서도 패딩을 벗을 수 없었고 급기야 입고 자기까지 했다. 그랬어도 심한 감기에 된통 걸렸다. 하지만 아픈 와중에 집 안에서 패딩을 입고 있는 나에게 할머니는 그러니 아픈 거라며 뻘소리를 날렸다.


잘 생각해 봤다. 뉴질랜드가 한국보다 훨씬 덜 추운데 나는 왜 추울까 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한국의 겨울은 춥지만 습하지 않다. 그래서 겨울에 산불도 더 많이 난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겨울에 비가 많이 와서 춥고 습하다. 공기 중에 찬 물기가 느껴진다. 왠지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랄까. 


게다가 한국에서는 기온이 아무리 떨어져도 어디든 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하다. 밖에서 추위에 떨며 돌아다녔어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따뜻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따뜻하다. 한겨울에도 집에서는 반바지에 반팔 차림으로 돌아다닌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다르다. 밖에 나가도 춥지만 집에서는 더 춥다. 집들이 낡고 해가 잘 안 들어서다. 밖에 나가서 해가 나는 곳에 있으면 오히려 따뜻하다. 우리는 작년에 나이가 덜 든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사 오기 전 집은 100살이 넘은 집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예쁜 집이었지만 진짜 추워도 너무 추웠다. 오랜 세월에 창문도 집도 모두 틀어져 바람도, 밖에서 나는 소음도 전혀 막아주지 못했다.




날씨가 조금만 추워지면 나는 추워, 추워를 달고 산다. 내가 춥다고 얼어 죽겠다고 하면 남편은 '객관적으로 추운 건 아니지' 한다. 그래,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르니까. 이해는 하면서도 확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내가 느끼기에 춥다는데 말이야 말이야.


환절기라 그런지 일교차도 크고 어제오늘 날씨차도 심하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이번 주말엔 두꺼운 이불을 꺼내고 종합 비타민이라도 사러 가야겠다.


한국은 미세먼지가 심하다지만, 그래도 벚꽃 피는 봄. 아!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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