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가란 말이야!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나에게는 아주 오래된 나쁜 습관이 있다.
손톱 주변을 만지작 거리다가 조금이라도 거칠 거리는 부분이 있으면 반대 손 손톱으로 그 놈들을 잡아 뜯는 버릇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아주 더러운 습관이다.
어릴 때는 손이 예쁘단 말을 많이 들었다. 손 모델 해도 되겠다는 말도 들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러다 언젠가부터 손톱 옆 약간 단단한 살을 뜯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굳은살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점점 범위가 넓어졌다. 손가락 하나를 뜯던 습관(어떤 손가락이었는지도 잊어버렸다)이 다른 손가락으로 번져 거의 열 손가락을 다 뜯는 사태에 처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이 나쁜 습관은 그대로다. 아니, 심지어는 더 심해졌다. 처음에는 긴장되거나 불안하거나 할 때만 뜯던 버릇이 이제는 아무 때나 열 손가락의 손톱 옆을 살살 문질러보고 걸리는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다른 손을 가져와 손톱으로 뜯기 시작한다.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업무 중에도. 사람들을 만날 때도 손을 테이블 아래로 가져가 뜯는다.
그렇다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의식적으로 지금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하튼 이 습관이 무서운 건 뜯은 자리에는 항상 더 두꺼운 굳은살이 자리 잡고 그 굳은살이 걸리적저려서 더 뜯게 된다는 거다. 그 범위도 자연스레 넓어졌다.
특히 더 심한 공격을 받아왔던 엄지와 중지는 모양도 이상해지고 손가락이 틀어져버렸다. 사실 원래부터 틀어진 모양이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이런 습관을 고치려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핸드크림도 꾸준히 발라봤고, 굳은살 제거 크림을 바르고 장갑을 끼고 자기도 했었고, 굳은살이 생기면 각질 제거기로 매일 문지르며 그냥 참아보기도 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은 두세 달 내에 습관이 형성된다고 하지만, 필리파 랠리(Phillippa Lally)라는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자리 잡는 기간은 사람마다 달라 최소 18일에서 최대 254일이 걸렸다고 한다. 254일이면 무려 8개월이 넘는 기간이다.
나도 한 달 정도는 버텼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도 기간이면 뜯었던 자리에 또 굳은살이 앉아 두꺼워질 대로 두꺼워져서 결국에는 뜯게 되고 말았다.
내가 이런 습관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가락 주위 거스러미를 잡아 뜯는 사람이 있으면 눈에 금방 들어온다. 이상하게도 여자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잘 나가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어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할 때 조금 신경질적으로 보이거나 불안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그런 모습들이 눈에 띌 때마다 나는 진짜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시선이 그들에게 닿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내가 감추고 싶은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가끔 듣는 '즉문즉답'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법륜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습관을 고치는 건 어려우니 그냥 살라고. 꼭 고치고 싶다면 전기충격기를 사서 그 행동을 할 때 지져버리라고, 그 정도 고통은 있어야 고쳐진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엔 안 되니 여러 번 지지고 쓰러져봐야 다음에 같은 행동을 하려고 하면 전기 충격기의 고통이 떠올라 안 하게 된다고. 아니면 한 번 잘못할 때마다 절을 삼천 배 하라고 했다.
나는 오 월 들어 삼천 배를 실천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구천 혹은 만 이천 배가 축적되었다. 하지만 백 배를 하고 다리가 저리저리, 찡한 감각이 들어 포기했다. 다음 며칠간은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파 어정어정 걸어 다녔다.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웠지만 어쨌든 다시 원점.
남편은 나에게 인지행동치료를 권하기도 했다. 보다 보다 안 되겠는지 최근엔 최면치료는 어떻냐고 물었다. 이제 진짜 뭐라도 해봐야 할 때다.
한 번만 더 노력해 보고 안 되면 심리학자든 최면술사든 전기 충격기든, 수를 내야 할 것 같다.
고로 오늘부터 다시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