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연 있을까?
나는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 직장 일 때문에 링트인(LinkedIn)에 가입되어 있지만 포스트를 올린 적도 없고, 십 년도 전에 잠시 이용했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그저 가끔 들어가 볼 뿐이다. 특별한 목적도 없다. 지인들의 일상 사진이나 귀여운 동물 사진, 동영상 같은 것들을 휙휙 스크롤하는 게 전부랄까.
소셜 미디어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다 특별하고 행복해 보여서, 그건 그들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모습에 일부러 안 열어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오늘 아침, 보통 때처럼 오른손으로는 칫솔을 들고 이를 닦으며 왼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인스타를 열어보았다. 엄지 손가락으로 빠르게 스크롤을 하던 중 우연히 한 비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첫 화면에 등장한 사람은 다섯 살 여자아이였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너무 많이 논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다음에 나온 십 대 후반의 여학생은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 나이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은 것, 용기를 내지 않은 것 등을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너무 오래 논 일을 후회하던 아이를 보며 미소 짓던 나는 등장인물들이 이십 대에서 삼십 대, 사십대로 넘어가자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세상에 후회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장 일 초 전에 내뱉은 말을 후회하며 주워 담지 못하는 현실은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어제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생각하기도 한다. 하물며 십 년 전, 이십 년 전의 일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때 나의 결정에 따른 미래를 이미 경험한 후일테니.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좀 더 어렸을 때 더 많은 경험을 했다면, 머리보다 마음의 소리를 들었더라면.
내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예전에 엄마, 아빠가 왜 그렇게 잔소리를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말이 툭툭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게 함정.
지금도 나는 하루하루 후회를 하며 산다. 바로 어제도 그랬다.
직장에서 새 직원을 뽑게 되어 면접관 세 명 중 하나로 면접에 참여했다. 면접은 밝은 분위기로 부드럽게 잘 흘러갔고 마지막에 지원자에게 우리에게 질문이 있냐고 지원자에게 묻자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이며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좋은 점은 쉬웠다. 어려운 점을 말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팀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예로 들었던 것이다.
내 대답은 팀 내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과 그냥 휩쓸려 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 균형을 잡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이었는데 면접관 세 명 중의 한 명은 내 상사였고 다른 한 명도 우리와 가깝게 일하는 교수였다. 그러니 내 대답을 들은 그들은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퍼뜩 든 건 내 대답이 끝난 후 다른 면접관들이 같은 질문에 대답을 할 때였다. 나는 그저 솔직히 어려운 점을 말했던 건데 그래서는 안되었다. 안타깝게도 물은 이미 엎어졌고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후회 말고도 크고 작은 후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인생 아닐까. 그렇기에 최대한 후회 없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고 그러다 후회되는 일이 생기더라고 그것에 발목 잡히지 않고 얼른 일어나 제 갈 길을 가야 하는 게 아닐까.
숨 한 번 크게 쉬고 현재를 살자. 한 걸음 뗄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