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ouside the box
나는 대학교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대학교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대학생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어서, 나는 학생들보다 정부기관 사람들이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과 더 자주 접한다.
일 년에 두어 번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 중엔 아직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 사이 졸업해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시작한 친구도 있다.
사업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은 대부분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해 뜻을 함께 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정부나 기업에서 기금을 받아 시작한다. 한국에도 이런 사업들이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뉴질랜드에서도 미래에 리더가 될 Young Entrepreneur를 발굴하고 키우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문장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요즘 친구들은 정말 다르다. 그 나이였을 때 나는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살며 용돈을 받아쓰고 학사경고를 맞으며 놀러 다니기에 바빴다. 물론 우리 세대에겐 좋은 핑곗거리가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에 찌들어 살다 보니 대학 가면 노는 게 당연하다는. 요즘도 한국의 학교생활은 힘든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 때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아무튼, 우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여학생(더 이상 학생은 아니지만)이 최근 '비건 아이스크림'을 론칭했다. 콜리 플라워 베이스로 우유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콜리 플라워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발상을 했다는 게 매우 놀라웠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들의 뇌 구조가 궁금하다.
전에 텔레비전에서 강호동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자기 같은 사람만 있으면 지금쯤 겨우 자전거 정도 만들었을 거라고.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해변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알을 보며 어떻게 이걸 녹여 유리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며 새삼 놀라는 나라서. 물론 많은 발명품들이 우연히 발견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우연을 그냥 흘려 보지 않았다는 게 또 놀라운 일 아닌가.
나는 아직 콜리 플라워 아이스크림을 맛보지 못했다. 먹어본 이들 중 몇몇은 진짜(곧 진짜, 가짜를 논하지 않을 날이 오겠지?) 아이스크림과 구별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론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 호주에도 수출을 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윗 세대보다는 유연하게 살아왔고 우리 아랫 세대보다는 경직되어 살아온 우리. 누구나 자기가 낀 세대라고 느끼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나에겐 지금이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 스스로 달라지려 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건 없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하고 내 마음을 뿌옇게 하는 의심을 지금 당장 빡빡 닦아 지워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가 되지 못한 무언가가 되는데 쓸 시간이 충분하다고 믿어보기로 한다.
조만간 콜리 플라워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봐야겠다. 진짜 아이스크림과 다르지 않기를 바라며.
당신의 청춘을 응원합니다. 사실 조금 질투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