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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Apr 30. 2023

아판타시아를 아세요?

Mind’s eye


아판타시아(Aphantasia)라는 인지장애가 있다고 한다.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시각화하지 못하는 장애다.


나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을뿐더러 이런 장애가 있다는 것도 아주 최근에 알게 되었다. 신기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여러 가지 자료가 눈에 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눈(a blind mind's eye)'을 가진 한 남성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아이였을 때 잠에 들지 못하자 새아빠가 양을 세라고 하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 줬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양을 셀 수도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나는 바로 눈을 감고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을 상상해 봤다. 총천연색도 아니고 실제 양의 모습도 아니지만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을  만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장애를 가진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도 떠올릴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을 잊는 것은 아니다. 키가 몇인지, 머리가 무슨 색인지, 기억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들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릴 수 없는 것뿐이다. 그들은 아판타시아가 아닌 이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좋아했다. 잘 쓰인 소설은 글로 읽을 뿐인데도 장면장면이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해서 좋았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소설이 영화화됐을 때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상상했던 장면과 너무나 달라서.


그런데 그런 상상을 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지금 내가 그렇게 된다면 슬플 것 같지만 '마음속으로 그려본다'는 감각을 애초에 모르는 사람들은 어떨지.




아판타시아와 반대인 하이포판타시아(Hyperphantasia)도 있다. 극도로 선명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 사진처럼 기억을 저장할 수 있다. 하이포판타시아가 있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밤 본 호러 영화를 머릿속에서 계속 돌려볼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그 외에서 소리를 색으로 볼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색을 냄새나 맛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알파벳이나 숫자, 요일이나 달이 색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신기하면서도 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감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니. 예술가에게 들리는 것을 보고 보이는 것을 맛보는 능력이 있다면 엄청난 이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이런 능력을 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사양할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한 내게 그런 비범한 능력이라니, 나는 그냥 남들이 보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을 듣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다만 이제는 인연이 끊긴 사람을, 가지 못하는 장소를, 여전히 그릴 수 있다는 것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참, 예전에 '냄새를 보는 소녀'라는 드라마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내용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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