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날씨는 추워지고 해는 짧아지고 있는데 한국은 벌써 많이 덥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해는 또 얼마나 더울지.
철원, 연천, 파주 등지에서 겨울을 난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들도 이미 한참 전에 그들의 번식지인 러시아로 떠났다고 한다. 보통 3월 말쯤이면 북쪽으로 떠난다고 하는데, 아직도 철원을 떠나지 못한 두루미 두 마리의 기사가 난 것을 우연히 보게 됐다.
재두루미 한 마리가 한국에 남아 여름을 난 일은 13년 전 한 차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3년 전이란 말이 말해주듯 흔치 않은 일이고 두 마리가 남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기사를 쓴 기자가 관찰해 보니 한 마리는 암컷, 다른 한 마리는 수컷이었고 암컷이 날개에 손상을 입었다는 이야기였다.
날개가 부러지거나 하는 큰 부상은 아니지만 깃대가 상해서 번식지인 러시아로 돌아가는 2천 킬로미터 비행은 어려운 일로 보였다. 기사에서는 그 둘을 날개가 상한 재두루미 아내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으로 판단했다. 부부의 연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하는 재두루미의 습성을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자주 인간과 동물을 비교하곤 한다. '짐승만도 못한 놈' 같은 말도 자주 쓰고 '짐승이 더 낫다'는 말도 자주 한다. 이렇게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 두루미, 기러기들은 보통 후자에 속하는 말을 듣는다. 특히 요즘에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어디에서나 쉽게 접한다. 동물들이 죽은 어미나 새끼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거나 도와달라고 울거나 하는 이야기는 정말 흔하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많이 일어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건 훨씬 더 어렵다. 요즘 한국 뉴스를 봐도 그렇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무서운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세상이 더 각박해진 건지 아니면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세상의 소식을 더 많이,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더 사건, 사고가 많아지긴 한 것 같다.
이런 와중에 함께 남은 재두루미 부부의 소식은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게 하는 이야기로 기억에 남았다. 한국에서 더운 여름을 나야 하는 재두루미 부부에게 세상의 모든 행운이 함께하기를, 다친 날개를 빨리 회복해 부부가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